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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사유로 제기된 헌법과 법률 위반 사실을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말로 압축했다.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지만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사롭게 사용한 것을 중대한 헌법 위반 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다시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가지고 있는 주권에 따라 보장한 선거제도를 거친 합법적인 권력자였다.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합법적인 탄핵 절차를 거쳐 위임한 권력을 되돌려 받았다.
대통령 탄핵은 박 전 대통령 개인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인 동시에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임기를 성실히 마치는 것은 개인에게 영광일 뿐 아니라 국민 스스로도 직접 선출한 대표자가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를 갖기 때문이다. 한 정부, 한 정당, 한 지도자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은 그 자체로 완성된 제도는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덜 나쁜 제도’로써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이 우리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비록 먼 길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 민주주의가 언제고 겪어야 할 성장통인지 모른다.
겨울 내내 나라를 혼란스럽게 했던 대통령 탄핵이 결론 났다. 봄을 기다리듯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말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민주주의라는 말이 합법적인 선거절차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서 다시 회자된 것이다. 쿠데타를 통해 비합법적인 정권을 탄생시켰던 과거를 단절한 후 우리는 우리 민주주의가 완성된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성된 시스템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결 원칙’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돼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정치제도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갖춘 정치제도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수 의견이 늘 올바른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때 초인(超人) 과 같은 지도자가 등장해 우리를 구원해줬으면 하는 유혹에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실수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정치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우리 헌법 속에도 녹아 있는 행정ㆍ입법ㆍ사법 3권 분립 정신은 권력이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호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을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을 포함해 권력자 임기를 규정하고, 선거를 치르는 과정 역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표자 권한을 보장하고, 이를 평가해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이번 탄핵이 민주주의 역사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마련한 합법적 테두리에서 권력자에 대한 불신임을 결정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다시 우리는 우리 대표자를 선출해야 한다. 지난 결정과정에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왜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결정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꼼꼼히 되돌아볼 시간이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듯이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에,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