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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미혼’ 아니고 ‘비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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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아니고 ‘비혼’입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3/14 10:51 수정 2017.03.17 10:51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김 기자도 이제 좋은 소식 들려줄 때 된 거 같은데~ 결혼해야지”

결혼은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지난해부터 집안에서 슬금슬금 결혼 압박이 들어오더니 이제 취재를 나가도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 그때마다 웃으면서 “조만간 해야죠”라며 얼버무리고 만다. 사실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는 결혼할 마음이 없는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누군가는 ‘젊은 시절 뭣 모르고 하는 철없는 이야기’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정말 뭘 몰라서 비혼을 선택하는 걸까.

나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이 일정 나이가 되면 ‘결혼’이라는 허들 앞에 놓인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미혼과 기혼으로 분류되고 혼자인 사람을 비정상으로 본다. 하긴 그도 그럴 게 우리 주변만 봐도 그렇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세상 최고 가치를 사랑에 두고 사랑 없는 삶은 허무하다고 말한다. 숱한 가상 연애, 결혼, 재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러브라인을 빼놓으면 이야기 전개가 되지 않는다. 노래도, 문학도 ‘사랑’이 없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까 싶다. 

사랑, 물론 좋다. 내 인생에 있어 편이 돼 주고 나를 온전히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멋진 일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결혼, 심지어 연애에 대한 욕심이 없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차별과 혐오, 폭력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든 안하든 아내이고 엄마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가사 노동과 육아의 굴레, 여성이면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시선을 나로서는 감당할 자신도, 능력도 없다. 당장 부모님께도 효녀 노릇 못하는 딸이 며느리로서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더군다나 지금 나 하나 먹고사는 것도 버거운 마당에 누군가와 함께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거기에 매일같이 들려오는 데이트ㆍ가정 폭력사건, 여성에 대한 수많은 성폭력ㆍ폭행 사고, 외적인 모습으로 여성을 규정짓는 차별과 혐오로 인해 생긴 남성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져 내게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이런 와중에 국가는 가임 여성 수를 기록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들고 저출산 원인을 여성 고스펙에서 찾으며 책임을 온전히 여성에게만 떠넘기니 ‘정부야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누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비혼주의에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회구성원 결혼을 위해 어떤 노력 또한 하지 않는다. 비혼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임에도 단지 개인 책임 부족으로 돌리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도 하지 않다. “여자는 남자 잘 만나면 돼, 시집이나 가”라고 하는 고루한 생각이 아직도 통할 거라고 믿는다면 결혼 기피 풍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새에게 여기 앉아라 저기 앉아라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자유로운 생각과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혼을 사회 규범으로 보지 말자. 내가 누굴 만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은 온전히 내 선택이다. 결혼을 해야만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고, 네가 어려서 모르는 거라고 강요하지 말자. 결혼해서 얻는 행복과 결혼하지 않아서 얻는 행복, 둘 중 나는 결혼하지 않아 얻는 행복을 선택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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