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무개(38) 씨는 아이들과 횡단보도 앞에만 서면 불안하다. 교차로에 있는 횡단보도라 우회전 차량이 많은데, 보행자 신호가 켜졌음에도 우회전을 시도하는 차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회전 신호까지 있는 교차로지만, 윤 씨 기억에 신호를 지키는 차량은 없다.
윤 씨는 “한 번은 아이가 건너고 있음에도 우회전하는 차가 있어 사고 날 뻔한 상황을 본 뒤로는 보행 신호가 켜져도 마음 편히 횡단보도를 건널 수가 없었다”며 “운전자가 분명 잘못한 건데 혹시나 아이들이 초록불만 보고 뛰어가진 않을까 싶어 예민하게 굴게 된다”고 말했다.
#초보 운전자인 이아무개(29) 씨는 우회전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다 뒤차에게 항의를 받았다. 뒤차가 연이어 경적을 울려댔지만 이 씨가 할 수 있는 건 방향지시등으로 신호 대기 중임을 표현하는 것뿐.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뒤차 운전자는 이 씨 옆으로 와 창문을 내리며 “알아서 갈 것이지 사람도 없는데 왜 신호를 지키냐”고 소리질렀다.
이 씨는 “우회전 신호등이 있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운전자들에게 우회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단속을 비롯해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종합운동장 앞 교차로.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교동 방면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줄을 지었다. 횡단보도는 아직 녹색 신호가 켜져 있었고 차량을 위한 우회전 신호등은 적색을 표시하며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보행자가 보이지 않자 정지선 맨 앞에 있는 차를 향해 뒤차들이 연이어 경적을 울렸다. 앞 차량은 주변을 살피다 서행으로 우회전했지만 갑자기 횡단보도로 진입한 보행자를 뒤늦게 보고는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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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지역 곳곳에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을 설치해 무조건적인 우회전을 제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양산경찰서는 지난 2010년부터 지역 주요 교차로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설치해왔다. 주로 횡단보도가 있는 교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에 따라 운전자는 녹색 우회전 화살표 신호가 들어왔을 때 우회전하고, 적색 신호에는 반드시 차를 정지해야 한다. 적색 신호는 우회전 방향 도로 횡단보도가 녹색일 때 켜지는 것으로, 보행자 안전을 위한 것이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이 멈추는 것은 운전면허시험에도 나오는 사항이지만, 일부 얌체 운전자들은 서서히 운행을 하며 횡단보도로 진입하거나 보행자가 없는 방향으로 좌우를 살피면서 주행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이 적색임에도 ‘보행자가 없으니까’라는 생각에 횡단보도를 진입한다면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ㆍ지시 위반’에 따라 범칙금 6만원, 벌점 15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도 마찬가지.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일 경우, 운전자들은 흔히 보행자가 없으면 서서히 진행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보행자가 없더라도 정지선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위반 사항이 된다. 또한 차량이 먼저 횡단보도에 진입하고 이후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발견했을 때는 도로교통법 27조 ‘횡단보호 보행자 보호’ 조항에 따라 범칙금 6만원, 벌점 10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서는 “우회전 신호가 있든 없든 차량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우선 멈춰야 하는 게 상식이며 우회전 신호 위반 역시 도로교통법 위반이기 때문에 운전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