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센터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상담사들의 세월을 꼽았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이 대부분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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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시작부터 함께한 이정희 통합지원팀장(사진 왼쪽)은 “저야 상담사 1세대로 20년을 해왔고, 강동진 팀장(사진 가운데)는 12년, 노옥숙 팀장은(사진 오른쪽) 15년 경력의 베테랑”이라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20년 동안 우리 잘해왔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웃었다.
사실 상담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들여가면서 아이들과 신뢰를 쌓고 그 속에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조금씩 끌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오래 지켜봐야 변화를 알 수 있다. 때문에 외부에서 보기에는 센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채기 힘든 것도 있다.
강 팀장은 “아이들에 대한 일시적인 물질 후원 같은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바로 변화가 보이니까 ‘저들이 뭔가 하고 있구나’하는 걸 바로 보여줄 수 있는데 상담은 그러기 힘들다”며 “아이들을 지켜보는 우리 역시 변화가 더디게 온다는 걸 알고 있는데 외부에서 볼 때는 상담 효과를 더 느끼기 힘들어서 센터 목적이나 필요성 등을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 거듭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그 사업을 이어가고 새 사업을 발굴하는 걸 반복했다.
노 팀장은 “신규 사업 공모가 뜨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단 하자’고 달려들었다”며 “인터넷 몰입 치유 사업, 농사나 공장 활동을 통한 사회봉사 프로그램, 뮤지컬, 부모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해 직원 모두가 힘을 쏟고 또 한 번 하고 끝나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사업 유지에 많이 노력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도 센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위센터, 위클래스, 복지관, 사설 상담소까지 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 팀장은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상담소가 늘어나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저희는 ‘센터 정체성이 뭘까?’하는 고민을 안 할 수 없게 됐다”며 “다른 것보다 저희가 필요한 이들에게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사나 센터에 대한 지원 역시 이들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담사 길을 걷지 못하는 후배들을 보면 상담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어떻게 보면 행정이 청소년을 인식하는 수준으로 상담사 역시 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에게 ‘미래’라고 말하지만 청소년 복지를 위해서 투자하는 예산은 다른 복지에 비해 정말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강 팀장은 “선거철이라 다양한 공약이 나오는데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오더라”며 “우스갯소리로 반려견보다 못한 청소년이라고 저희끼리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정치권이든 행정이든 기성세대든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소년이 뒤돌아봤을 때 언제든 같은 자리에 머물며 위로가 되는 곳이 센터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 편에 서고 청소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또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은 언제든 두려워하지 말고 센터 문을 두드려줬으면 좋겠다”면서 “청소년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