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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흐려지고 빗방울을 하나씩 떨구기 시작했던 한낮. 따뜻한 햇볕을 이불 삼아 한가롭게 낮잠을 자던 길고양이는 차가운 비에 정신을 차리고 작은 나무 밑으로 몸을 옮겼다.
얼마나 쉬었을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역시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한참 이어진 눈싸움 끝에 고양이는 사람 곁으로 한발 내디뎠다. 겁먹음과 호기심, 두 가지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에게 손가락을 뻗어 미간에 살짝 얹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몸을 일으켜 멀리 사라졌다.
함께였던 잠깐의 시간, 희미하게 부풀었다가 꺼지는 고양이의 등은 그가 험한 세상을 헤쳐오며 가지게 된 날카로운 눈빛과 달리 여리고 가냘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