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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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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4/10 10:17 수정 2017.04.10 10:17
이미지에 둘러싸인 정치 현실
유권자와 소통 위한 수단일 뿐
정책과 철학 없는 이미지는 허상
착시현상을 극복하는 지혜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바라보는 사물을 전체로 파악하려는 습성이 있다. 사람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은 보통 6~7cm 정도 차이가 난다. 두 눈 사이 거리가 떨어져 있어 양쪽 눈에서 들어온 차이가 나는 정보를 뇌가 인식하면서 거리,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이 차이 때문에 우리는 종종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같은 그림을 놓고 사람에 따라 각각 나이 많은 노파와 젊은 여성을 봤다고 말하는 것은 착시현상 대표 사례다. 

착시현상 못지않게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진실이라고 과신하곤 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 중에 시각이 가장 객관적이라는 믿음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왔다. “눈으로 확인해야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시각에 대한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볼 수 있는 것만 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시각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시각은 주관적인 견해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보곤 한다. 같은 그림에서 노파와 미인을 발견하듯이.


21세기는 ‘이미지 정치’ 시대라는 말을 한다. 대중매체, 특히 영상매체 발달로 많은 정치인이 자신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이미지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유권자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이미지로 이해하는 일이 익숙하다. 


보궐선거와 대선 국면에서 ‘이미지 정치’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수많은 후보가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 정치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지지 받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좋은 선물을 정성껏 포장하는 일은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흔히 ‘소통’이라는 부르는 덕목이 정치인에 필요한 탓이다. 화려한 포장지를 뜯고 막상 선물을 확인할 때 포장보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허술한 선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림머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릴 때 생각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지를 잘 활용했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박 전 대통령 올림머리는 단순한 머리모양이 아니라 ‘단아’, ‘정직’, ‘냉철’, ‘원칙’ 등 같은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이미지로 박 전 대통령이란 정치인을 이해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후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나온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올림머리다. 구치소에서 더 이상 올림머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까닭에 한 번도 보지 못한 흐트러진 모습을 궁금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미지가 강한 정치인은 이미지가 허상이었다는 착시현상을 사람들이 인정하는 순간 몰락하게 마련이다. 정책과 철학이 뒷받침하지 않는 이미지 정치는 양날의 검처럼 자신을 찌르게 된다. 


4월 12일 양산지역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유권자에게 도착한 선거홍보물에는 후보자가 내건 공약이 담겨있다. 선거 때마다 후보자 홍보물을 꼼꼼히 분석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유권자가 후보자 면면을 파악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 홍보물이 가지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기자로 많은 선거를 경험하면서 홍보물 내용을 분석하느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앞선다. 일방적 주장만 가득한 홍보물에서 어떻게 공약을 실천할 것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빽빽하게 나열한 수많은 사업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계획은 찾아보기 힘들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도 ‘추진’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서 후보자 자신을 믿어달라고 홍보물 가득 채운 얼굴이 말한다. 

 
이번 보궐선거도 대선도 지난 선거와 다르지 않다. 후보자는 사전에 나오는 좋은 의미의 단어를 모두 끌어다 놓고 자신만이 준비된 일꾼이고, 실천할 수 있는 일꾼이라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연출한 사진과 함께.


착시현상은 당연한 현상이다. 단지 착시현상을 부정하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늘 진실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선거의 계절, 착시현상과 싸울 수 있는 현명한 유권자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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