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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웃지 못하는 지방자치
오피니언

웃지 못하는 지방자치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4/18 09:26 수정 2017.04.18 09:26
보궐선거 낮은 투표율은 지방자치 현실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지방자치 오늘
‘풀뿌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기초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학습ㆍ실천의 장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범위를 넘어 더불어민주당 후보 2명이 모두 당선되는, 어떻게 보면 ‘이변’이라 부를 수 있는 상황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지역정치 지형은 구 여권이 지배해왔다. 흔히 말뚝을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특정정치세력 편중 현상이 심했던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지난 몇 차례 선거에서 구 여권은 여전히 영향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였다. 보궐선거 특성상 낮은 투표율은 충분히 예상됐고, 투표기권층이 많은 젊은 세대 지지를 받는 야권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가 모두 당선되고, 야권성향 후보들이 받은 득표수는 구 여권 후보를 압도하고 남았다. 비록 낮은 투표율 탓에 선거 결과가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양산이 새로운 정치지형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도 더 많은 젊은 유권자가 양산에서 새 터전을 꾸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궐선거 결과에서 20%를 겨우 넘긴 투표율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그나마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선거라 투표율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노라면 더 아찔해진다. 국가운영을 책임지는 대통령 못지않게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지역일꾼 선거도 중요도를 따로 매길 수 없는 탓이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고 기초인 지방자치는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새삼스레 ‘기본’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는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많은 언론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대선 전초전’, ‘대선 풍향계’라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 탄핵에 이은 조기대선인 만큼 어느 때보다 대선에 쏠리는 관심을 백분 이해하더라도 보궐선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고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는 사실에 지역신문 기자로 다시 한 번 씁쓸함을 경험한다.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지방자치 현실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는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나라 안팎 크고 작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지도자를 꿈꾸고, 선거 이후 우리는 한 발 물러나 관전자 태도로 정치를 바라본다. 사실 국가운영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일은 투표를 제외하면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정보도 부족할 뿐 아니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방대해졌다. 


반면, 지방자치는 시민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방자치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당장 양산시만 하더라도 의회 모든 회의를 직접 방청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회의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양산시 운영과 이를 견제ㆍ감시하는 시의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시민 관심에 달렸다. 지방자치 역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통로가 여전히 부족하지만 관심이 하나 둘 모일 때 변화가 시작된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선거다. 


양산시가 올해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양산 발전상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전국 300여개 기초단체 가운데 예산 규모가 양산시를 뛰어넘는 기초단체는 몇 곳 되지 않는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군 단위 농촌지역이었던 양산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증거다. 시세가 커진 만큼 양산시 살림살이에 시민이 참여하는 비중도 커져야 하지만 ‘시민 참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도권 일부와 몇몇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민예산 참여제도와 투명하고 자세한 정보공개제도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중요한 사업결정과정에서 합리적인 시민 의견 전달 수단도 미흡하다. 몸집은 커졌지만 시민참여제도는 과거 군 시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자체장 의지 문제기도 하지만 오히려 시민 관심에서 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는 것이 옳다. 우는 아이가 없으니 떡 줄 사람이 없는 것과 같다. 


지난해부터 많은 이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무수한 이야기 속에서 정작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는 여전히 웃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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