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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몸통을 흔드는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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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을 흔드는 꼬리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4/25 09:27 수정 2017.04.25 09:27
미래 없이 과거에 묶인 대선 토론회
‘국민 여론’이라며 포장된 의혹 공방
후보 간 반복된 감정싸움이 아니라
위기를 이겨낼 희망 보여주길 기대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대통령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과정을 지켜보며 ‘데자뷰’란 단어를 떠올리는 일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앞선 대선에서도 경험했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다. 

지금까지 선관위와 방송사가 주관해 실시한 대선후보 토론회가 모두 세 차례 열렸다. 국민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지고 토론회를 지켜봤지만 답답함을 느끼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듯 하다. 토론회가 끝나면 으레 주변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토론회 전체 분위기와 후보 개개인 역량을 비교하며 곧 다가올 선택을 준비한다. 


‘검증’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 대통령을 선택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과연 제대로 된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초등학생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토론회 평가는 차라리 초등학생을 무시하는 처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답답함은 헛웃음마저 유발하곤 한다.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 모두 토론회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유세현장에서 정책과 비전을 전달하는 일이 어려운 가운데 매체를 통해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각 캠프에서는 이른 바 ‘전문가’들이 후보를 도와 머리모양에서 옷매무새, 표정 같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준비한다. 드러나는 외형만 아니라 후보가 질문하고 답할 메시지를 일일이 관리한다. 


결과는 참담하다. 전문가와 후보가 신경 써 준비했다는 토론회가 늘 초등학생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니 말이다.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의혹을 쏟아내며 ‘검증’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물론 후보 개인 자질과 도덕성, 철학을 검증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에서 앞으로 국가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후보 개인이나 가족과 관련한 의혹은 이미 수차례 언론에서 보도했고, 해명과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실을 굳이 2시간 남짓한 토론회에서 물고 늘어질 일은 아니다. 의혹을 제기하지 마라는 의미가 아니다. 의혹 제기는 후보자 정책과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 지금 후보자가 쏟아내는 의혹 제기가 진실 규명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흠집 내기로 비춰지는 이유다. 


부당한 청탁과 비리가 있다면 후보자 정책 가운데 모순점을 찾아 정책 실효성을 검증해야 하고, 말 바꾸기로 정책 신뢰를 의심한다면 정책과 정책 사이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일로 연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준비한 토론회치곤 너무 유치한 감정싸움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상황은 앞선 선거 ‘데자뷰’다.


보통 토론회는 정치ㆍ외교ㆍ안보, 경제, 사회ㆍ복지 등 대주제를 정해놓고 진행하기 마련이다.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가 토론시간 대부분을 잡아먹어도 딱히 제재할 수 없다. 의혹 대부분 주제와 연결된 검증이라는 이유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럴 땐 ‘의혹 검증’을 주제로 별도 토론회를 마련해 시간 제약 없이 속시원하게 판을 깔아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흔히 정치평론가들은 국회의원 선거가 과거와 현재를 평가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판단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만큼 대통령 선거는 국가 운영 방향을 유권자가 더 많이 고민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머물러 미래를 비추지 못하는 대통령 선거 토론회 풍경은 가뜩이나 답답한 우리 미래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대며 본질 아닌 사소한 사실관계에 얽매이다 보면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워진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 모두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토론회에서 ‘과거’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국민 여론이라는 말로 쏟아내는 의혹이 정작 국민에게 따가운 시선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란 불명예스러운 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이다. 국내ㆍ외 상황이 좋지 않아 ‘비상시국’이라고 후보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남은 토론회는 위기를 이겨낼 희망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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