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민심의 바다
오피니언

민심의 바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5/01 10:08 수정 2017.05.01 10:08
정치는 바다 위 떠 있는 조각배 불과
더 깊고 변덕스러운 민심을 읽는 법
유권자 스스로 선택지 늘려가는 과정
낡은 정치행태 반복은 외면받기 마련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당연한 듯 여기는 결과가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상황이 정치에서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것이 대한민국 정치상황이다. 불과 얼마 전에만 하더라도 올해 12월 예정돼 있던 대통령선거가 반년 가까이 앞당겨질 것이라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곧 대선 정국으로 들어갔다. 

정치는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 평소 잠잠하던 바다에서 순식간에 큰 풍랑이 일어 배를 집어삼키는 일을 빗댄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켜진 촛불은 한국 정치상황을 뒤바꿔 놓았다. 단지 조기대선을 실시하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지역구도를 기본으로 유지해 왔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각각 지역맹주를 자처해왔다. “말뚝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말은 지역주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는 9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살펴보면 오랜 세월 지역주의 정당이 득세했던 일이 머나먼 일처럼 여겨진다. 물론 여전히 지역정서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일은 더 다양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지역주의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앞으로 지역주의가 다시 부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분명한 사실은 혼란의 시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점이다. 

역대 양산지역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보수 지지 성향에서 점차 진보 지지 성향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으로 젊은 인구 유입을 이야기한다. 30~40대 젊은 세대가 빠르게 양산에 정착하면서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투표구별로 결과를 분석하면 젊은 인구가 많은 아파트밀집지역에서 상황이 역전되는 경향이 뚜렸하다. 신규 입주 아파트일수록 진보 지지 성향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젊은 인구 유입은 보수에 기울어 있던 정치지형이 점차 균형을 맞춰가는 배경이 됐다. 


이번 대선 결과와 함께 양산지역 민심 향방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1년 뒤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양산지역 2곳에서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탄핵 정국으로 진보진영 후보가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도의원과 시의원 모두 진보진영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20%를 겨우 넘긴 낮은 투표율 탓에 기존 조직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탄핵 정국 불리함을 상쇄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제법 큰 차이로 민주당 후보가 앞섰다. 지금까지 보궐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뒤쳐진 적은 없었다. 보궐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이제 양산을 ‘진보도시’로 불러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이 1년 뒤 그대로 이어질 리 없다.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년 뒤를 예측하는 일은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수많은 변수가 한꺼번에 작용하는 탓이다. 대부분 분석은 ‘사후약방문’식 끼워맞추기에 불과하다. 

지난 10여년간 기자 생활 동안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 후 반드시 복기하는 일이 있다. 투표구별로 개표 결과를 분석하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일이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민심의 흐름을 읽어내려는 노력이다.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변화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변수와 상수를 찾아낼 때 예측은 생명력을 얻는다. 대선에서 드러날 양산지역 민심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지역신문 기자로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칠 지방선거를 미리 가늠하는 또 다른 과정이다. 

그동안 치러진 각종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나름 얻은 교훈은 양산지역이 단순히 진보 지지 성향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유권자 스스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정치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특정정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다 다양한 조건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정치토양을 마련하는 과정 속에 있다. 

양산지역에서 점점 보수진영이 외면받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민심보다 공천에 목매거나 봉사ㆍ희생보다 자기이익을 앞세우는 정치행태를 반복한 탓이다. ‘낙하산 공천’을 반복하며 ‘말뚝’을 꽂아온 보수진영이 민심에서 멀어진 배경이다. 경쟁력 있는 인물, 좋은 정책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금 한껏 들떠있는 진보진영 역시 민심으로 외면받는 상황이 곧 다가온다. 

다시 정치는 생물이고, 정치는 민심이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라는 말을 강조한다. 대선 국면에서 ‘대세론’에 취해 또는 ‘패배감’에 빠져 있는 정치권이 바라봐야 하는 곳은 바로 민심의 바다다. 착각은 자유지만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보다 민심은 더 깊고 더 변덕스럽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