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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준비 안 된 버스킹 정책, 젊음의 거리 물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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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버스킹 정책, 젊음의 거리 물들일 수 있을까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5/01 10:17 수정 2017.05.01 10:17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busk : [V] (통행인들에게 돈을 얻으며) 길거리에서 연주하다.

어느 순간부터 버스킹(busking)이란 단어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왔다. 길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던 이들, 혹은 춤을 추던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던 때에서 벗어나 그들의 행위를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즐기게 됐다. 


흔히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라고 알고 있는 버스킹은 1860년대 영국에서 처음 쓰였다고 알려진다. 버스킹을 하는 행위자를 버스커(buske r)라 하는데 이 단어는 ‘뭔가를 찾는다, 구한다’라는 뜻의 스페인어 ‘buscar’가 그 뿌리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버스킹은 ‘거리 예술가들이 명예와 돈을 좇아 행하는 공연’이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거리 문화’가 된 버스킹은 음악 중심에서 벗어나 춤과 마술, 미술과 행위예술로까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유명 예술인과 작품만이 대중 관심을 받을 수 있던 문화예술계에서 서울, 또는 큰 공연장이 아닌, 내 집 앞 또는 내가 다니는 거리에서 지역 예술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특징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이라는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마당이 되고 있다.


서울 문화 집중화 현상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힘든 현실에 버스킹이라는 문화 환경은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주며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공감과 힘을 넣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런 이점으로 많은 지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버스킹을 지역 문화 살리기에 접목하는 것은 문화예술 정책에 있어 하나의 추세가 됐다.


양산 역시 마찬가지다. 중부동 젊음의 거리 일부를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장소’로 지정하고 지역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다. 지금까지 양산은 공연장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예술인들이 시민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도시였다. 이제는 지역에서 적어도 그런 허가 없이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단 한 곳이라도 생겼다는 것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 그런지 엉성한 부분이 많다. 그야말로 공연할 장소만 제공했을 뿐, 공연자에 대한 배려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우선 올해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양산시 예산은 단 400만원. 준비한 예산은 공연자에게 공연비 명목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버스킹을 위한 전기시설과 장비 등은 공연자가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기타나 마이크 같은 공연 장비야 공연자가 준비한다 할지라도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시설이 필수다. 조명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버스킹 지원만 살펴보더라도 전기시설과 조명시설은 기본적인 지원 분야에 포함된다. 공연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발생할 소음이다. 젊음의 거리는 중부동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있다. 가게마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공연자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더 큰 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양산시는 소음에 대한 대책이 없다. 주민 의견 청취 때 소음 발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주민이 없었고 또 공연자들에게 최대한 소리를 작게 하라고 안내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설명뿐이다. 



앞장서 버스킹을 시도한 다른 지자체에서 가장 골머리를 썩였던 부분이 바로 소음이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홍대, 전주 한옥마을 등은 소음으로 인한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해 오디션을 통한 버스킹 등록제와 데시벨 제한 등으로 ‘제약 없는 공연’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모순을 보이기도 했다. 


의미 없는 공연자ㆍ단체 등록제 또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 버스킹 공연자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검토 중인 지자체들은 그 목적이 뚜렷하다. 무분별한 소음을 막기 위해서, 또는 주민에게 최소한 공연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서 등 이유를 가진다지만,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없이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은 모두 등록하게 하겠다”고 말하는 양산시는 등록제를 하는 이유도, 목적도 없다. 등록한다고 해서 시에 공연 날짜를 알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만, 허술하게 시작한 거리공연 활성화가 정말 지역에 문화예술 활기를 가져다줄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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