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이팝대선
오피니언

이팝대선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5/08 09:23 수정 2017.05.08 09:23
시대ㆍ국경을 초월한 영원한 숙제
‘먹고 사는 문제’와 ‘어떻게 사느냐’
화려한 장미 아닌 이팝나무 꽃 의미
새로운 대통령이 기억해야 할 의무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양산 곳곳에 하얀 꽃이 펴 거리를 밝히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양산 시목(市木)인 이팝나무는 쌀알처럼 생긴 하얀 꽃을 피운다. 말 그대로 흰 쌀(이밥)처럼 생긴 꽃을 피운다고 ‘이팝나무’라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또한 서민이 가장 넘기 어려운 보릿고개 시기인 입하(立夏) 무렵 꽃을 피워 이팝나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아무튼 이팝나무는 서민과 가장 가까운 애환을 가진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이팝나무에 얽힌 전설 역시 이름처럼 쌀과 관련돼 있다.


이팝나무 전설 가운데 효(孝)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한 나무꾼 이야기다. 오랫동안 병을 앓으며 눈마저 희미해진 어머니가 5월 초 어느 날 아들에게 흰 쌀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먹을 만큼 쌀이 남아 있었지만 두 사람이 나눠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머니 식사만 내놓는다면 아들 걱정에 제대로 식사하지 못할 게 뻔했다. 

 
고민하던 아들은 마당에 쌀알처럼 피어난 하얀 꽃을 발견하곤 자신 밥그릇에 수북이 담았다. 눈이 어두운 어머니는 아들 역시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에 아들 역시 배고픈 사실도 잊고 함께 기뻐했다. 


훗날 이 소식이 임금 귀에까지 들어가 아들은 큰 상을 받았고, 사람들은 하얀 꽃을 피운 나무를 ‘이팝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별 다를 게 없다. 먹고 사는 문제 중요성은 많은 속담과 고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 “양식이 넉넉해야 예절을 안다”는 말은 모두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보릿고개로 불리는 농업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곧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에서도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큰 주제다. 모든 후보가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며 일자리와 신성장동력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권자 역시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관심을 가지고 후보 공약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선거운동 당시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한 슬로건으로 당선됐다. 과거와 현재, 국가를 넘어 먹고 사는 문제는 늘 우리 관심 한 가운데 서 있다. ‘수저의 무게’는 우리 삶을 항상 짓누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 후 5월에 진행 중인 조기대선을 ‘장미대선’이라고 언론에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지 5월에 피는 꽃은 장미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대선을 ‘이팝대선’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화려한 장미가 아니라 서민 삶을 닮아 있는 이팝나무가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대선 의미를 더 정확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을 이팝나무 꽃이 거리 곳곳에 피어날 때서야 깨닫게 됐다.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내용을 채우지 못한 민주주의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하고, 북핵 위기 속에서 자기이익으로 똘똘 뭉친 강대국 사이 새로운 외교질서도 마련해야 한다.


갈라질 대로 갈라진 의견 대립을 넘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하고, 극으로 치닫고 있는 불평등을 넘어서야 한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9일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풀어야 할 과제기도 하다. 


수많은 난제 가운데 먹고 사는 문제, ‘수저의 무게’는 다시 우리 삶을 짓누를게 뻔하다. 때론 먹고 사는 문제 탓에 ‘어떻게 사느냐’는 질문을 잊을 수도 있다. 선거에서 ‘희망’을 바라며 소중한 한 표를 던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 희망이 좌절로 변하지 않도록 ‘신뢰’로 보답할 의무가 새로운 대통령에게 있다. 


새로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장미대선’이 아니라 ‘이팝대선’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보릿고개를 넘을 때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팝나무 꽃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