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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한한 동네, 양산
오피니언

희한한 동네, 양산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5/16 09:36 수정 2017.05.16 09:36
대선 결과가 정치권에 던지는 의미
대통령 탄핵 유산은 소통의 중요성
소통은 경청과 공감에서 시작해야
진보ㆍ보수 아닌 기본ㆍ상식 문제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지난번에 머 급식가지고 싸워싸니까…. 양산이 이것 참 희한한 동네야, 여기에 급식연대라고 좌파연대가 있어 가지고, 그 밥 한 끼 가지고…”

대선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있던 6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웅상지역 유세에서 무상급식을 좌파정책이라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홍 후보 말처럼 양산은 참 ‘희한한 동네’가 돼 버렸다. 


개표 결과 양산지역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8만3천412표를 얻어 5만8천811표를 받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2만4천601표차로 앞섰다. 지역정서상 선거 때마다 보수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왔고 전직 도지사라는 이점까지 안고도 경남에서 홍 후보가 0.5%, 1만760표차로 겨우 문 후보를 앞선 것도 모자라 양산에서는 그 차이보다 더 큰 표차로 뒤쳐졌다. 관권선거 의혹으로 고발까지 당하면서 이례적으로 대선 후보가 직접 두 차례나 양산에서 유세를 했던 결과치곤 초라하기 짝이 없다. 

 
18대 대선 당시 양산지역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득표율 58.63%, 9만3천167표를 얻었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40.57%, 6만4천467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 때 함께 치른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56.23%, 8만9천31표를 득표해 도지사가 됐다. 과반을 훌쩍 넘긴 지지를 보냈던 양산이 홍 후보에게 희한한 동네가 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결정된 후부터 개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경남은 주목받는 지역이었다. 뚜렷한 보수진영 후보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경선 끝에 현역 경남도지사인 홍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에다 현역 도지사가 대선에 나섰으니 과연 경남도민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언론은 주목했다. 게다가 양산은 문재인 후보가 자택이 있는 곳이다. 


홍 후보가 희한한 동네라는 발언을 한 유세는 이른 바 ‘양산대첩’이라 부르며 자유한국당 당력을 모아 문 후보 자택이 있는 웅상지역에서 열렸다. 홍 후보가 광역지자체가 아닌 기초지자체를 두 차례나 직접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는 사실만 봐도 양산지역 표심이 꽤나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양산이 희한한 동네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김해를 비롯한 동부경남과 부산 서부지역은 오랜 세월, 이젠 야당이 돼 버린 구 여당 텃밭에서 이탈 조짐을 보여 왔다. 故 노무현 대통령 고향인 김해는 이미 국회의원, 시장, 지방의원 모두 진보성향 후보가 유리한 정치지형으로 바뀐 지 오래다. 


양산 역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를 포함한 5명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양산시의회에 진출했다. 지난해 양산이 인구 30만명을 돌파하고 국회의원 선거구가 2개로 나눠진 후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후보가 당선된 것 역시 달라진 양산 정치지형을 보여줬다. 


여기에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치러진 경남도의원ㆍ양산시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돼 이번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짐작케 했다. 


문재인 대통령 선출과 양산지역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지역정치권 시선은 어느새 내년 6월 실시예정인 지방선거에 쏠리고 있다. 이제 야당으로 상황이 바뀐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유권자 마음이 불안할 따름이다. 여당으로 내심 지역 주도권까지 거머쥐려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대선 결과가 1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는 생물이고, 1년이란 시간은 너무 길다. 지나친 절망도, 지나친 자신도 모두 위험하다.


분명한 것은 양산 유권자가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낡은 정치행태를 보이는 정당과 후보에게 더 이상 묻지마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홍 후보 스스로 ‘희한한 동네’라고 불렀던 양산은 더 다양한 정치적 선택이 가능한 지역으로 틀을 벗어나고 있다. 


홍 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야들아(청년들아) 내가 너희들의 롤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냐?”는 말을 남겼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자신 처지를 청년에게 빗댄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과 묘하게 겹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긴 정치적 유산은 ‘소통’의 중요성이다. 소통에는 ‘경청’과 ‘공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청’과 ‘공감’이 빠진 ‘주장’만으로 소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날부터 보여준 행보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관심 한 가운데 ‘소통’의 가치가 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다른 정당 모두 ‘소통’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양산과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희한한 동네’로 다가설 지 모른다. 그것은 진보-보수,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기본과 상식에 관한 문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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