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
| ⓒ 양산시민신문 |
지난 13일, 양산도 본격적으로 ‘한 도시 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가 뭔지, 양산은 어떤 책을 선정했는지 몇 차례 기사로 써내긴 했지만, 읽어보지도 않고 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성인 부문 선정 도서인 ‘모두 깜언’을 집어 들었다.
‘모두’는 뭔지 알겠지만 ‘깜언’은 무슨 말인지 낯설었다. 검색해보니 ‘고맙다’라는 베트남어다. 한국어와 베트남어의 결합처럼 이 책 주인공이 한국 출신 아빠와 베트남 출신 엄마, 즉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윤유정이다. 유정이를 따라 5월, 고추 모종을 심는 강화도 살문리 사람들을 만나고 이듬해 3월, 10달이라는 1년도 안 되는 시간을 거치며 농촌 곳곳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기에 다른 중3보다 유정이는 처음부터 많이 자라 있었다. 자신을 거둬준 할머니와 삼촌을 위해 누구보다 바르게 자란 아이, 하지만 구개구순열(소위 언청이라고 불리는)로 인해 자신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는 조금 다른 말투와 외모로 따돌림당했다.
유정이는 자신의 외적인 것으로 미움받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와 자신을 저버린 아빠를 생각할 때 제 존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때마다 자신만의 논리로 단단하게 자기방어를 하던 유정이는 로드킬 위기에 놓인 고양이, 무녀리로 태어난 강아지 등 약하기 때문에 버림받는 존재를 만나고 그동안 참았던 불편한 감정을 쏟아냈다.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을 외면하는 주위 모든 생명에게 처음으로 방패를 내려놓고 방어 대신 자신을 표현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정이의 성장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것은 살문리 사람들만의 장소였던 ‘느티나무 아래’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어린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졌던 느티나무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찾기 힘든 곳이 됐다. 도시화로 농촌이 붕괴하면서 마을 공동체까지 무너진 것이다.
꼭 농촌에서만 공동체가 붕괴한 것은 아니다. 도심도 산업화로 인해 ‘가족’과 ‘이웃’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가 흔들리면서 공동체의 최소 단위부터 불안정해졌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살문리 사람들은 보여준다. 유정이가 힘들 때 무너지지 않도록 가족과 이웃이 뒤를 지켜줬던 것처럼, 그들을 있게 하는 삶의 터전인 농촌과 자연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와 청소년, 진학과 진로, 농촌과 도시, 농민과 경제, 장애와 편견, 농촌의 고령화와 다문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유정이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성장하게 할 힘을 갖고 있다. 단순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라고 보기엔 모두 깜언이 깊은 이유다.
베트남에서 온 작은 엄마가 유정이에게 말했다. “꿍어, 꿍안, 꿍덤.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는 것이 돈보다 중요하다”라고. ‘함께’의 가치가 옅어진 지금, 삶의 목표가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인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짓밟는 것은 아닌지, 혼자가 아닌 함께,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서로에게 힘이 돼 줘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보다 더, 남보다 더 가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익숙한 내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살문리 사람들에게 ‘깜언’하고 인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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