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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권의식 물든 낡은 문화… 축제마저 멍들이다..
사회

특권의식 물든 낡은 문화… 축제마저 멍들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5/23 10:58 수정 2017.05.23 10:58
행사 때마다 과잉의전 논란
축제 내빈은 참석한 모든 시민
특권 당연한 ‘그들만의 축제’
VIP만찬장에서 내몰린 시민

관행돼 버린 과도한 음주문화 새로운 축제 문화 고민 필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적폐 청산’ 시대적 과제로 재성찰 계기 돼야




“대통령도 식판 들고 줄서서 밥 먹는 세상에…”


모두가 즐거워야 할 축제현장에서 권위주의와 낡은 문화로 눈살 찌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새로운 대통령 취임 이후 권위주의와 낡은 문화, 이른 바 적폐(積弊) 청산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익숙한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13, 14일 이틀 동안 웅상체육공원에서 2017 양산웅상회야제가 열렸다. 이날 축제를 손꼽아 기다려온 많은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개막공연으로 계획한 유명가수 무대를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축제추진위에서 준비한 좌석 4천석 가운데 무대 중앙 가장 좋은 자리 200석 주변으로 줄이 쳐져 있었고, 행여 시민이 좌석에 앉는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좌석 주변에서 공무원과 일부 시민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양산시가 원활한 축제 진행을 이유로 마련한 ‘내빈석’ 주변 모습이다. 축제뿐만 아니라 각종 지역행사에서 의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주최측에서는 원활한 행사진행을 이유로 의전을 준비한다지만 시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시민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행사를 준비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 행사 때마다 양산시 의전담당공무원들은 “오히려 기관장들은 의전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하지만 일부 사회단체장이나 지역유지들이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탓에 내빈석을 줄이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곤 한다.


하지만 지정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채 간소하게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을 이미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민 입장에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 웅상회야제 주공연을 앞두고 주최측에서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기관단체장 좌석을 마련해 일반 시민 접근을 막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은 또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축제추진위는 기존 축제에서 위생과 안전, 바가지요금 등으로 문제을 일으켰던 사설야시장 대신 웅상지역 4개동별로 먹거리촌을 마련했다. 시민에게 보다 값싸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수익금 일부를 기부 같은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13개 읍ㆍ면ㆍ동 풍물패가 한 자리에 모인 양산풍물한마당이 시작하면서부터다. 공연을 준비하던 오후 5시 무렵부터 서창동에서 운영하는 먹거리촌이 통제돼 일반 시민은 식사할 수 없었다. 웅상지역 한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이른 바 ‘VIP만찬’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미 먹거리촌 수익금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취지로 축제 전부터 지역기관ㆍ단체 회원들에게 식권을 판매한 뒤였다. 체육공원 위치상 먹거리촌 외에는 마땅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운 데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개막공연에 맞춰 식사를 하려고 식권을 구매했던 시민만 낭패를 본 셈이다.


오갈 데 없는 시민이 항의했지만 풍물한마당이 끝나고 시장과 국회의원, 도ㆍ시의원, 지역단체장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빈자리를 차지하자 주변을 맴돌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 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서성이는 시민을 뒤로하고 만찬장에서는 ‘양산 발전’과 ‘시민 화합’을 외치는 축사와 건배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만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은 자원봉사에 나선 여성단체 회원들에게 반말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무례한 손짓을 하기도 했다. 뿌리 깊은 특권의식을 자신도 모르게 드러내는 순간이 반복됐다. 만찬장 밖에서 기다리던 시민은 만찬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씁쓸한 기분만 곱씹어야 했다.


한 시민은 “대통령도 청와대 식당에서 식판 들고 자기 먹을 음식을 떠서 먹는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 되는 시대에 특별한 대접을 바라는 낡은 의식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며 “시민 세금으로 진행하는 축제를 ‘시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시민에게 베푸는 축제’로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서창동에서 운영하는 먹거리촌이 이른바 ‘VIP만찬’을 위해 일반 시민 이용을 통제해 논란을 낳았다.
ⓒ 양산시민신문


한편, 낡은 관행과 문화는 축제 마지막까지 되풀이됐다. 첫날부터 먹고 마시는 일이 축제 전부인양 행사장 곳곳에서는 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축제추진위는 올해 회야제를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꾸미기 위해 ‘북 페스티벌’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웅상지역 30~40대 젊은 학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교육’, ‘문화’ 축제로 회야제 성격을 예년과 달리 잡았다.


실제 유모차를 끌고, 어린 자녀 손을 잡고 축제 현장을 찾은 젊은 학부모들이 많았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청소년들도 같은 공간에서 저마다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해가 지기도 전부터 술에 취해 빨개진 얼굴로 행사장을 누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행사장 한편에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리 중엔 일부 양산시 간부공무원들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 마지막 순서인 북 콘서트를 진행하는 동안 관람좌석 한가운데에서 버젓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지역체육회 임원들은 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아랑곳 않은 채 하얀 단복을 입고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곳에는 체육회가 소속된 동장도 함께 있었지만 이를 마땅히 제지하지 못했다.


일부 시민이 가족 단위로 찾는 공연장에서 음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가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한 채 ‘그들만의 축제(?)’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축제추진위 관계자와 경호팀이 음주행위를 제지하려하자 이들은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보이는 추태마저 부렸다.


오랜 세월 이어온 그릇된 문화를 ‘관행’이란 이름으로 당연시하는 축제의 우울한 단면인 셈이다.

















↑↑ 가족이 함께하는 북 콘서트 현장에서 일부 관람객이 관람석 한가운데서 술을 마시다 이를 제지하는 주최측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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