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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회야강은 거꾸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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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강은 거꾸로 흐른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5/23 09:18 수정 2017.05.23 09:18
양산웅상회야제를 지켜보며…

삽량문화축전 아류라는 오명 탈피
노력에도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
시민을 ‘참여’ 아닌 ‘동원’ 대상으로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올해 양산웅상회야제 주제는 ‘회야강은 거꾸로 흐른다’였다. 뜬금없이 회야강이 거꾸로 흐른다니…. 사실 회야강은 우리나라에서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몇 되지 않는 하천 가운데 하나다. 한국 지형 특성상 대부분 하천이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축제추진위는 회야강 특성을 축제에 반영해 역동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포괄하겠다는 의도를 주제에서 드러내고 있다.

‘거꾸로’라는 말은 두 가지 상반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말 그대로 역행(逆行), 보통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 질서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긍정을 나타내곤 한다. 반대로 전혀 다른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른 바 퇴행(退行) 역시 ‘거꾸로’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얼굴이다. 축제추진위가 주제를 정하면서 의도한 의미는 앞 의미가 확실하다.



회야제는 출발부터 삽량문화축전과 비교 당하는 운명을 갖고 시작했다. 인구 10만명이 거주하는 웅상지역을 대표하는 축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주민 열망이 ‘회야제’라는 축제를 가능케 했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올해 축제추진위가 ‘회야강은 거꾸로 흐른다’는 주제를 선택하고 ‘북 페스티벌’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한 일은 긍정적이다. 양산에 이미 삽량문화축전이라는 화려한 축제가 있는 마당에 젊잖게 표현하면 ‘아류’, 속 되게 말하면 ‘짝퉁’인 회야제가 웅상 주민은 물론 양산시민에게 사랑받기란 쉽지 않다. 삽량문화축전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에 ‘북 페스티벌’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반갑다. 첫 걸음에 만족할 수 없지만 시도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야제가 삽량문화축전 아류라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다. 축제를 준비하는 양산시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양산시가 축제에서 가장 큰 성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흥행’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 여부야말로 축제 성공을 판단하는 첫 번째 잣대다. 목표가 같다보니 삽량문화축전이나 회야제나 가장 확실한 카드를 선택하고 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유명한 연예인을 초청해 사람들은 행사장으로 불러 모으는 일이다. 삽량문화축전, 회야제 모두 개막공연이 끝난 다음 날부터 행사장 곳곳이 눈에 띄게 한산한 이유기도 하다. 

 
축제 본질이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이라는 점에서 회야제가 올해 내세운 ‘거꾸로’라는 표현은 축제를 풀어가기에 제법 어울린다. 회야제가 아류가 아닌 새로움으로 거듭나려면 표현이 아니라 목표가 달라져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을 모으려다보니 넓은 장소가 필요하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웅상체육공원을 고집하는 일이 회야제를 아류에 머무르게 한다.


올해 축제추진위는 기획단계에서 시가지 일부 거리를 축제현장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접근성이 떨어져 개막공연 외에 고민 끝에 마련한 다른 프로그램이 외면 받는 상황을 벗어나자는 취지다. 개막공연 중심 전시성 축제가 아닌 시민이 생활하는 공간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축제로 회야제를 탈바꿈하겠다는 의도로 북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에 그치고 말았다. 거리를 통제할 경우 발생하는 민원을 지레 겁먹은 탓이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야 한다는 강박감 탓이기도 하다. ‘거꾸로’라는 표현을 썼지만 ‘거꾸로’ 생각한 이가 많지 않았던 탓에 회야제는 아쉬움을 남겼다. 


축제를 바라보는 사람들만큼 기대와 욕심도 제각각이다. 이들 바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앞으로도 회야제는 각자 가진 기대와 욕심으로 갈 방향을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했던 회야제가 끝나고 우리가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은 ‘거꾸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축제 목적부터 기존 관행을 벗어나 웅상지역에, 양산지역에 필요한 새로운 축제가 무엇일까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고민은 여전히 시작하지 않았다. 단지 행사장에 동원하는 대상으로 시민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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