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특수활동비로 사용하지 않고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금껏 대통령 최측근을 임명해오던 총무비서관 자리에 특별한 인연도 없는 예산정책 전문 행정 공무원을 발탁할 때부터 예견한 일인지 모른다.
특수활동비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가리킨다. 해마다 9천억 가까운 예산을 세금으로 편성하지만 ‘기밀’이란 이유로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하고,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는 돈이다.
특수활동비를 일부 공직자가 유흥비, 골프 접대 등에 사용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잊을 만 하면 부정한 사용 실태가 드러나곤 했다. 사실상 고위 공직자들 ‘눈 먼 쌈짓돈’이었던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앞장서서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투명한 사용을 약속한 일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겠다는 의지다.
특수활동비 문제 본질은 ‘투명성’에 있다. 국민 혈세로 편성한 예산을 취지에 맞게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혈세로 만든 ‘눈 먼 쌈짓돈’은 지역에도 있다. 과거 ‘판공비’로 불린 업무추진비도 특수활동비와 다르지 않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公務)를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특수활동비처럼 기밀에 속하지 않지만 투명성만 놓고 보면 특수활동비와 다를 바 없다.
올해 양산시 당초예산에 시장 업무추진비는 7천900만원 편성돼 있다. 부시장은 5천600만원이다. 양산시의회는 의장 2천772만원, 부의장 1천380만원, 3개 상임위원장 900만원씩 2천7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할 수 있다. 양산시 각 부서별 기관업무추진비와 시책업무추진비를 합치면 6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양산시와 양산시의회에 기관별 업무추진비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하곤 한다. 그때마다 어떻게든 공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랑이 끝에 받아든 자료를 보면 다시 한숨이 나온다. 대부분 식대나 격려금, 선물 구입 등으로 사용하는데 어떤 목적으로 언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어떤 선물을 왜 구입했는지 등과 같은 자세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양산시는 시장과 부시장, 국과별로 업무추진비를 정부 지침에 따라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 양산시는 유형별로 건수를 분류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지만 사안별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 길이 없다. 서울시가 사안별로 집행일시와 시간, 집행장소, 집행목적, 대상인원, 결제방법, 집행금액 등을 자세히 공개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양산시의회는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는다. 수천만원 예산을 사용하고도 시민에게 공개할 법적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공개에 늘 소극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거 업무추진비 공개 요구에 마지못해 내놓은 자료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연말에 업무추진비를 몰아 쓰거나 업무추진과 상관없는 항목이 들어있기도 했다.
지자체와 의회 업무추진비는 언론이 늘 불투명한 사용과 부실한 공개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큰 변화 없이 관행대로 운영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 서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지역까지 그 뜻이 전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지역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눈 먼 쌈짓돈’ 역시 깨어 있는 시민이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낡은 관행 가운데 하나다.
변화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저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