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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도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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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의 그늘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6/05 19:41
반복되는 민원 앞에 답답한 행정처리
양산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고 좁은 도시운영방식이 문제 근본
다양한 욕구를 해결할 도시행정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교육이 백년대계(百年大計)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국민 모두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누구나 전문가처럼 문제점 하나 둘쯤 이야기하곤 한다. 교육문제는 복잡한 사회 각 분야가 씨줄과 날줄처럼 걸쳐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와 시민 개개인 삶 속에서 풀어야 할 인식 변화가 층층이 겹쳐있다.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선뜻 해답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도시에서 교육은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자체마다 다양한 구호를 내세우며 도시 정체성을 규정하곤 하는데 ‘교육하기 좋은 도시’는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기도 하다. 양산시 역시 ‘교육이 강한 도시’를 내세우며 해마다 자급재원 가운데 5% 이상을 교육관련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30~40대 젊은 학부모가 많은 양산시 경우 교육문제는 늘 뜨거운 관심대상이다.

그런데 양산시가 내세우는 ‘교육이 강한 도시, 양산’이라는 말이 학부모에게 피부로 와 닿는가하는 문제는 고민할 부분이 많다. 신도시 조성 후 끊이질 않는 학교 신설 문제만 해도 정부(교육부) 방침에 따라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해명만으로 학부모를 설득하기 힘들어 보인다. 

학교 신설 문제는 양산시가 인구 30만명을 넘어선 일을 대단한 업적처럼 홍보하는데 비해 인구 30만명이 생활해야 하는 도시공간 계획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능과 불성실도 포함한다. 

양산 외적성장을 상징하는 신도시는 늘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앞서 말한 학교 신설 외에도 교통,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똑같은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불편한 대중교통, 척박한 문화시설, 안전은 아랑곳 않는 공사현장,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 부실한 아파트 하자 관리…. 

20여년째 비슷비슷한 민원이 아파트가 하나 둘 신도시에 들어설 때마다 반복하지만 해결과정 역시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불만이 커다란 덩어리가 돼 행정기관과 지역정치권을 압박하면 그제야 해결책을 찾기 바쁘다. 주민 불만이 앞장서고 대책 마련은 뒤따르기 일쑤다. 

또다시 학부모 불만을 사고 있는 학교 신설문제 역시 교육부 소관이라는 핑계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학교부지 선정과정에서 양산시와 양산교육지청이 도시계획단계부터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 단지 학부모가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가까운 학교만을 고집한다는 변명으로 회피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도시지역 도시계획은 양산시가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했다는 해명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신도시 조성으로 양산 발전을 다 이룬 듯 끊임없이 홍보해온 양산시 태도가 정작 문제 앞에 서면 사뭇 달라지는 모습에 학부모들은 분노한다. 
 
물금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며 발생하는 문제 역시 예측가능한 사안을 대비하지 못한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 지고 있는 양산시 태도를 발견한다. LH 탓 교육부 탓 하는 양산시와 지역정치권은 스스로 능력없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신도시 개발 20년 역사 동안 행정과 지역정치권이 예상가능한 문제를 앞장 서 해결했던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답답함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몰려 살아간다는 의미는 보다 다양한 욕구가 서로 맞부딪치며 갈등을 일으킨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행정과 지역정치권은 갈등과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욕구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과거 농촌시절이 아닌 도시화가 이미 진행된 양산시가 다양한 욕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해결책을 마련하는 도시행정을 펼치고 있는가 냉정하게 돌아볼 시점이다. 혹시 아직도 과거 군(郡) 시절 행정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던 시절, 양산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토박이 사회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누가 누구 아들이고, 누구 친척인 경우가 많다. 농촌 자연마을에 한정된 인적 네트워크가 기득권 사회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양산이 성장했다는 증거는 기존 인적 네트워크와 전혀 다른 다양한 구성원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도시 구성이 달라진 만큼 도시운영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아무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도시 성장 속도에 비해 도시 운영 방식은 변화가 너무 더디기만 하다. 몸이 커지면 그에 어울리는 옷을 바꿔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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