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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40대의 정치학
오피니언

40대의 정치학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6/13 09:49 수정 2017.06.13 09:49
기존 40대와 다른 새로운 40대 출현
불혹(不惑)과 영포티(Young Forty)
정치ㆍ사회ㆍ경제 허리역할은 여전
달라진 문제의식과 해결방식 주목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불혹(不惑). 공자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의미로 40대를 규정했다. 20, 30대와 50, 60대 사이 40대는 허리 역할을 하는 세대로 늘 정치ㆍ사회ㆍ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인 세대기도 하다. 

불혹의 나이에 이른 오늘날 40대는 앞선 선배세대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른 바 ‘영포티’라고 불리는 현재 40대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의미와 다른 새로운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40대는 어린 자녀를 키우고 나이 든 부모를 모셔야 하는 세대다. 40대는 늘 ‘책임’이라는 멍에를 스스로 짊어져야 했다. 

그런데 ‘영포티’라 불리는 오늘날 40대는 흔히 ‘꼰대’라 불려온 기존 40대와 달리 철드는 일은 거부하고 있다. 대신 청년시절 꿈꿨던 생각과 태도를 유지하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1972년 전후로 태어나 새로운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세대를 말한다. 1990년대 ‘X세대’라고 불렸으며,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이다. 

이 세대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에 보다 적극적이며 유행에 민감해 패션, 미용 등 분야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 40대와 달리 내 집 마련을 절대적 목표로 생각하지 않고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전 40대가 노후를 대비해 자산을 모으는 일에 힘썼다면 이들은 현재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정치적 이념보다 합리를 중요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오늘날 40대는 수능세대다. 1994년 수학능력평가시험이 도입되고 대학정원자율화에 힘입어 앞선 세대에 비해 보다 많은 이들이 대학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특징은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최초의 세대라는 점이다. 청소년 시절 새벽까지 라디오 음악방송에 귀 기울였던 이들이 성장과 함께 MP3로 음악과 팟캐스트를 듣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선배 세대가 조용필과 김광석에게 열광했다면 40대에겐 서태지가 있다. 삐삐와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을 가장 먼저 생활 가까이 경험한 세대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IMF’ 세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이들은 20대 청춘을 보내야 했다. 80년대 경제 호황기를 누렸던 청춘과 달리 이들은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약육강식의 ‘경쟁’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오늘날 청년실업난 시작이 된 외환위기 상황을 가장 먼저 실감한 세대다. 

IMF가 이들에게 남긴 교훈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현실의 냉정함이다. ‘평생직장’이라는 허상은 줄줄이 구조조정으로 평생 삶을 바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 뒷모습과 함께 사라졌다. 저축만이 삶의 금과옥조(金科玉條)라고 여기며 알뜰살뜰 한푼두푼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온 어머니 한숨과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은 연기처럼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일이라는 현실을 너무나 젊은 나이에 깨달아버렸다. 

80년대 치열했던 민주화 운동 이후 얻어낸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불신을 쌓아왔다. 모든 문제를 정치만능주의로 해결하려했던 이른바 ‘386세대’라 불리는 선배세대와 문제의식은 물론 해결방식도 다른 세대다. 

길게 오늘날 40대 특성과 성향을 이야기한 것은 세대 간 허리 역할을 해온 40대가 기존 40대와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앞서 말했듯이 40대는 늘 정치ㆍ사회ㆍ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왔다. 지난 대선에서 40대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2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양산지역 역시 40대가 전체 유권자 가운데 가장 많은 22.26%였다.

대선 이후 진보와 보수 대결에서 보수진영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우리나라 보수가 지금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선거는 지금까지 없었다. 문제는 현재 보수진영 상황을 들여다보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 다행스러울 정도다.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양산에서는 자유한국당 한옥문 양산시의원이 ‘지역에서 보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보수 몰락’을 진단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제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새는 좌우로 난다’는 말처럼 특정 정치세력이 독주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수가 진정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불혹’(不惑)과 ‘영포티’(Young Forty) 사이 차이와 공통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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