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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혼자여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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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을까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6/13 09:52 수정 2017.06.13 09:52













 
↑↑ 김민희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지난 주말, 집에만 있기 따분해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다 일단 노트북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이것저것 해보다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볼까?’하는 생각에 근처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표를 들고 보니 상영 시작까지 40분이 남았다. 혼자 뭘 할까 둘러보다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때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러웠던 ‘혼자 하기’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행위가 됐다.

예전에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카페에 앉아있고, 혼자 여행가고, 심지어는 많은 사람 사이에 혼자 걷는 것까지 신경 쓰이던 때가 있었다. 혼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아예 혼자 뭔가 하는 걸 포기하는 게 더 편했다. 

그런데 어느덧 우리 사회는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됐다. ‘외롭다, 궁상맞다, 고독하다’ 등 암울하게 그려졌던 혼자가 대세가 된 것이다. 혼술과 혼밥, 혼영은 물론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여행을 떠나는 게 ‘1인 라이프’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해하게 됐다.

‘혼자’를 택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일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 달리 수많은 관계를 맺는 것에 번거로움과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바로 ‘혼자’다.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로 혼자이길 선택한 사람들을 ‘자발적 왕따’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차피 친구는 또 다른 이름의 경쟁자이며 결국 우리 삶은 ‘각자도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피곤한 관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활성화로 유행처럼 번져갔던 SNS도 이제는 부담이다. 한때는 SNS 그룹 방에서 강퇴(강제퇴출) 될까, 다른 사람들이 아는 정보를 내가 모르고 있을까 두려워하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나는 뭘 하는지 알리며 ‘좋아요’를 기다렸던 재미로 SNS에 매달렸던 시간이, 이제는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차라리 남들에게 나를 숨기는 혼자만의 삶을 찾게끔 했다. 


요즘 뜨는 ‘욜로(YO 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처럼 한 번뿐인 내 인생, 내 멋대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에 내게 주어지는 관계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차라리 나에 대한 이야기를 침묵하는 것이 하나의 도피처가 됐다.

지난 주말, 내가 했던 선택도 이런 이유에서일까 고민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친구와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고 뭘 할지 서로 의논하고 하는 모든 단계가 사실 부담스러워졌다. 주말까지 출근한 친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닌지, 취직자리를 찾고 있는 친구에게 부담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고민 자체가 버거워졌다.

이제 1인 가구가 새로운 가정 형태가 된 만큼 앞으로 혼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갈 것이다. TV 속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혼자의 삶’처럼 혼자인 것이 마냥 즐겁고 낭만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 스스로 고독하길 원했지만, 그 선택을 돌아보니 결정을 내렸던 이유가 어쩐지 서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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