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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내 삶을 내 손으로…” 어르신 고백, 책으로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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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내 손으로…” 어르신 고백, 책으로 담아내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6/20 10:30 수정 2017.06.20 10:30
자서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8개월 만에 집필한 어르신 작가들

노인복지관에서 지난해 진행한
‘내 인생 책 만들기’ 수업 수강
수필, 시 등 다양한 문학, 주제로
지난 삶 돌아보는 글 빼곡히 적어

“계속 글 쓸 기회가 있길 바란다”














↑↑ 제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찬해(69), 양한수(71), 정수임(73), 김삼구(81), 김민수(92), 김순자(74), 여복숙(70), 차도룡(80), 서화순(69), 서생금(68) 어르신.
ⓒ 양산시민신문


‘자서전’이라 하면 왠지 거창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서전은 대개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 일생을 담아낸 글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들 삶만 기록될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양산시노인복지관(관장 김정자) 소속 어르신들이 자신의 한평생을 기록하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5일, ‘내 인생 책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자서전 만들기 수업에 어르신들이 도전했다.


“다들 글쓰기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했지 진짜 해낼 거라고는 우리도 몰랐거든요”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첫 수업을 떠올렸다. ‘정말로 내가 책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의문 속에 시작했지만, 오영진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장과 함께 10번에 걸쳐 진행한 수업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오 소장과 함께 내 인생 돌아보기, 자서전 주제 정하기, 어린 시절과 청년기, 중ㆍ장년기 회상 등 단계를 거쳐 어르신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졸업하거나 다녔다. 한국전쟁도 겪었고 경제 발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록을 담아내는 일이 마냥 쉬운 건 아닌 게 사실이었다.


정수임(73) 어르신은 “수업 시간은 물론 짬을 내 때로는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서 글을 써내려 갔다”며 “‘내 문장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하는 고민도 많았지만 계속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완성한 자서전”이라고 말했다.


김삼구(81) 어르신은 “지난날 겪었던 고생과 고민, 살아온 배경과 과정,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세세하게 적어내진 못했지만 내 자식들, 손주들에게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 남길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내가 자라던 시절과 지금 시절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지만, 밝음보다는 어두움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이 말하는 자서전 의미는 ‘치유’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먼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힘든 기억, 그리고 그 속에 소소하게 웃음을 전하는 따뜻한 추억까지 떠올려가며 내 삶이 나쁘지만은 않았구나 하고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화순(69) 어르신은 “지나온 이야기를 끄집어내다 보면 옛날의 나를 용서하고 그 힘든 날을 이겨낸 내가 대견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내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삶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최고령으로 자서전 쓰기에 도전한 김민수(92) 어르신은 “인생의 먼 길에서 처음을 되돌아보기엔 까마득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젊은 날 꿈과 희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며 “이 평범한 이야기를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함께한 선생님, 기회를 준 복지관 등 어르신들은 많은 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특히 책 분량이 정해져 있어 아쉽게 자서전 쓰기 대신 이들 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진으로 기록한 양한수 어르신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양한수(71) 어르신은 “자서전 쓰기에 함께 도전했지만,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첫 강의부터 자서전 출간기념식까지 사진으로 기록하는 재미도 컸다”며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같은 글을 끊임없이 다듬으며 ‘명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니 더 많은 이가 자서전 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자랑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작가’라는 누군가 말처럼, 어르신들은 자신 삶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글’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이번 글이 아쉬워서 다시 또 써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던 어르신들 말처럼 다음엔 작가 9명 개인이 써낸 자서전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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