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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
ⓒ 양산시민신문 |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폐로했다. 국내 첫 상업원전으로 40년 동안 전기를 생산한 고리원전 1호기가 운행을 중단한 것이다. 그동안 원전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핵, 탈원전’을 외친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다가왔다. 발맞춰 문재인 대통령 역시 ‘탈원전’ 정책을 공식화했다.
원전이 상징하는 것은 과거 개발시대 논리다. 그동안 원전은 ‘값 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는 환상 속에 머물러 왔다.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더 많은 에너지를 원했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원전은 ‘값 싼 에너지’로 우리에게 풍요를 약속했고,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모두에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거치면서 원전이 값 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는 진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원전이 한 순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은 때론 엄연히 존재하는 진실을 부정하는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 진실과 또 다른 진실 사이에서 엉뚱한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로에 맞춰 신규 원전 건설 전면중단과 건설 계획 백지화,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중단 등 탈핵 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약속했다. 대신 2%대인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고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 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40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핵심이었던 원전을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다짐이다.
정부 방침을 공식화하자 ‘시기상조(時機尙早)’라는 말이 가장 먼저 전문가 집단에서 터져 나왔다. 원자력학계 소속 교수가 정부 탈원전 정책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각종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반대 논리는 ‘아직 때가 이르다’는 점과 ‘소수 비전문가가 주도하는 여론몰이’는 원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경제성 높은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개발시대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 30%를 차지하는 원전이 사라질 경우 재생에너지만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부각하고 있다. 아직 우리는 더 많은 성장과 발전이 필요하고, 원전은 대체하기 어려운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요약하면 “고리원전 1호기 폐로가 원전 안전성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려 대안도 없이 원전 수명 연장 불가와 신규 건설 중단 등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정책으로 연결돼서는 안 된다. 전력 수급 불안과 전기료 인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고 산업 경쟁력을 깎아 내리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일면 공감하면서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장이다. 과거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들에게 독재정권이 반복하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아직까지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다음 순서라며 ‘시기상조론’을 펼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심지어 “한국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란 한 외신기자 말을 스스로 인용하며 국민 수준을 깎아내리는 일도 서슴치 않았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지난 겨울, 우리는 거리에서 광장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촛불에서 시작한 외침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정부를 출범했다. 완성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시기상조라는 우려를 이기고, 수준 낮은 국민이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보여준 저력을 확인했다.
탈원전 시대를 준비하자는 외침 앞에 과거와 같은 개발시대 논리를 들이대며 막아선 이들 역시 시대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엉뚱한 타협점’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과거에 멈춰 서려 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라는 노랫말 가운데 한 구절을 전하며 새 시대 우리가 함께 선택해야 할 진실을 들여다본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지금 자신의 모습은/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