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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또는 답정너..
오피니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또는 답정너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7/25 09:27 수정 2017.07.25 09:27
물금읍 종합복지타운 건립계획 발표
지역균형발전 고려한 공공시설 배치
필요성ㆍ접근성ㆍ다른 지역 연계성
장기적ㆍ전반적 재검토 통해 확정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그리스 로마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 주인공인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로 가는 길목을 지키다 지나가는 행인을 유인해 집 안에 들어오게 한다. 곧 편안하게 쉬라며 자신 침대를 내어준다. 행인이 누우면 침대에 묶은 다음 침대보다 키가 크면 큰 만큼 머리나 다리를 잘라 죽이고, 작으면 작은 만큼 몸을 늘려 죽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도 프로크루스테스를 찾아왔다. 그는 테세우스 역시 같은 방법으로 죽이려 했는데, 오히려 테세우스가 그가 했던 방법대로 그를 침대에 눕혀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 머리를 잘라 죽였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과 잣대로 다른 사람을 자신 기준과 잣대에 맞춰 평가하는 상황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고 부른다. 요즘 표현대로 하자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인 셈이다. 


최근 양산시가 물금읍 디자인공원 인근 복지시설부지에 종합복지타운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비 500억원을 들여 건립예정인 종합복지타운에는 특수재활수영장을 비롯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노인주간사업장,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50플러스 사업장, 일자리창출사업장, 시민문화공간ㆍ건강체육공간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또한 육아종합지원센터 역시 이곳에 자리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인구 50만 미래복지수요에 대비한 복지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급격하게 늘어난 양산시 인구와 복지분야 관심이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양산시 계획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소외받아온 계층에게 보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정이 시설 중심으로 정책을 판단하고, 평가받으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려가 있다.



물금 신도시지역 디자인공원 인근 복지시설부지는 예전부터 다양한 활용법을 고민해왔다. 역설적으로 넓은 신도시지역에 쓸 수 있는 공공시설부지가 드문 탓이다. 종합복지타운에서 ‘종합’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없다보니 관련 부서마다 새로운 시설을 계획할 때면 이곳을 1순위로 손꼽아왔다. 결과적으로 양산시가 이곳 활용법을 타당성 용역까지 실시한 배경이다. 도시계획단계에서 필요한 시설과 접근성, 다른 지역과 연계성 등을 고려해 공공시설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실책이 뼈아프다. 

 
아무튼 과거 실책을 뒤로 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중요하다. 종합복지타운에는 장애인과 노인, 육아 관련 시설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 양산시는 중부동 중앙동주민센터 인근에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을 신축했다. 



신축계획을 발표하면서 양산시는 양산시 노인ㆍ장애인 복지 중추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를 함께 드러냈다. 원도심지역 내 위치한 두 시설은 계획단계에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ㆍ장애인에게 대중교통이용도, 주차공간도 협소한 곳에 복지시설을 마련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양산시는 출산ㆍ육아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정책 추진이다. 그 정점은 육아종합지원센터다. 물금신도시에 추진하고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양산시 육아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양산시 의지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연관기능을 가진 출산ㆍ육아ㆍ여성 관련 시설 역시 통합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양산시의회는 동면지역에서 설치예정인 출산종합지원센터를 거론하며 연관기능을 가진 보건소(양주동), 여성회관(중앙동 예정), 육아종합지원센터(물금읍 예정) 등 시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입지를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양산지역 공공시설은 쓰임에 따라 규모와 입지가 늘 고민거리였다. 접근성 좋은 공공시설부지가 부족한 탓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 생활권이 다른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웅상)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했다. 종합복지타운 건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구 50만 시대’를 준비한다는 취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현실을 감안하면 인구 50만이라는 큰 틀 속에 인구 35만과 인구 15만이라는 두 가지 안목으로 양산시 정책방향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시립도서관, 종합복지관, 문화체육센터 등 인구 50만 규모로 설치했다 웅상지역 민원이 들끓자 부랴부랴 웅상 주민을 배려한 정책을 급조하는 듯 한 모양새를 반복해왔다. 인구 50만 복지허브로 역할하겠다는 종합복지타운 청사진에서도 웅상지역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우처럼 양산시가 답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식으로 공공시설 추진 목표를 알리고 시민에게 동의해주길 바라는 태도가 아니길 기대한다. 도시 규모가 커진 만큼 정책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중복투자는 결국 시민 혈세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선심성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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