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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독특함과 장인정신 바탕으로 누구도 가지 않는 도예의 길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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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함과 장인정신 바탕으로 누구도 가지 않는 도예의 길 걷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7/25 09:50 수정 2017.07.25 09:50
[한국예술문화명인 안성모 도예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심사
천목(天目) 분야 도예 명인으로 인정

중학생 때부터 도예를 ‘내 길’이라 생각
백자, 청자, 분청 등에 가려 알려지지 않은
천목 연구하며 30년 넘는 도예가 ‘외길’

청자와 백자, 분청…. ‘도자기’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름들이다. 하지만 ‘천목(天目)’은? 아마 생소하게 느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천목 역시 도자기 한 종류로, 천목 또는 천목다완이라 불린다. 보통 흑유(검은색 유약)를 발라 구워낸 도자기라고 설명하지만, 사실 흰색부터 검은색까지 색이 다양하다. 고려 시대는 물론, 조선 시대에서도 찾을 수 있는, 역사가 깊은 도자기다.















ⓒ 양산시민신문



천목에 대한 관심은 다른 도자기에 비해 적었다. 만드는 이도, 연구하는 이도 다른 도자기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그래서 안성모(53, 하북) 도예가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해가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처음부터 천목을 한 건 아니었어요. 스승님들로부터 백자도, 분청도 배우곤 했죠. 도자기 빚으며 먹고 사는 게 꿈이어서 한때 생활도자기도 만들었지만 정작 제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원동에 있던 작업실을 하북으로 옮길 때, 새로운 길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그리고 찾은 게 천목이었어요”

















↑↑ 안성모 도예가가 명인 심사를 받을 때 제출했던 작품 ‘천목구절초은문양소호’. 천목에 은과 금으로 꽃문양을 입사한 것이 특징이며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다.
보통 도자기에 금을 입히면 액체 형태로 된 ‘수금’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안 도예가는 순금을 가공해 와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수금을 입혀 만든 찻주전자와 순금을 가공해 입힌 다기 빛깔을 보면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 양산시민신문



1996년, 하북으로 터를 옮기고 전통가마를 짓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안 도예가에게 고려천목과 조선천목 등이 담겨있던 자료가 길을 열어줬다. 흙과 불의 조화로 녹아내린, 신비스럽기까지 한 빛깔을 담은 천목에 매료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천목 재현에만 몰두했다. 전통 도예가로서 전통 가마에서 전통 방식으로 도자기를 구워내야 한다는 신조를 지켜가며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숱한 실패와 좌절을 맛봤지만, 끝까지 천목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도예 역사에서 한구석으로 밀려버린 천목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천목이라는 이런 아름다움도 있구나 하는 걸요. 그래서 연구와 제작에 몰두하고 제가 아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공유하고자 강의도 했죠”

















↑↑ 안성모 도예가가 명인 심사를 받을 때 제출했던 작품 ‘천목구절초은문양소호’. 천목에 은과 금으로 꽃문양을 입사한 것이 특징이며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다.
보통 도자기에 금을 입히면 액체 형태로 된 ‘수금’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안 도예가는 순금을 가공해 와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수금을 입혀 만든 찻주전자와 순금을 가공해 입힌 다기 빛깔을 보면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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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목을 구워낼수록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느끼는 순간이 가장 기분 좋았다. 전통도예를 한다는 뿌듯함 하나로 달려온 37년, 그 시간을 인정이라도 해주듯,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왔다.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그를 천목 분야 도예 명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예술문화명인 제도는 한국예총에서 한국 전통예술ㆍ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장인 업적을 평가하는 인증제도다.


“신청부터 서류 심사, 워크숍, 현장 실사, 실기평가, 특별 초대전까지 9개월 가까이 걸렸죠. ‘명인’이라는 이름보다 제가 일궈온 문화와 천목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안 도예가가 명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가 한몫했다. 독특한 작품, 창의적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의지를 반영한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심사위원 눈길을 끈 작품은 전통 천목 유약 표면에 금과 은을 꽃 모양으로 입사(그릇 표면을 장식하는 것)한 작품. 보통 도자기에 금을 입히는 건 수금(액체 형태로 된 금)을 바르지만, 실제 금을 가공해 도자기에 입혀버리는 독창적인 기법이 눈길을 끈 것이다. 이와 함께 그가 자랑하는 작품 역시 가공한 금 또는 은을 도자기 표면에 씌우는 것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로 인정받았다.

















↑↑ 안성모 도예가가 명인 심사를 받을 때 제출했던 작품 ‘천목구절초은문양소호’. 천목에 은과 금으로 꽃문양을 입사한 것이 특징이며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다.
보통 도자기에 금을 입히면 액체 형태로 된 ‘수금’을 입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안 도예가는 순금을 가공해 와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수금을 입혀 만든 찻주전자와 순금을 가공해 입힌 다기 빛깔을 보면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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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방법이 아닌 굳이 힘든 방법으로 나아가야 하냐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 똑같은 걸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각자 방식으로 자신만의 것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 도예가는 앞으로도 하북에서 지금처럼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사기점’이라는 삼덕마을 옛 이름처럼 소나무가 울창하고 물과 흙이 좋은 마을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앞으로 목표키도 하다.


“중학생 때 근처 고등학교 공예 작품전시에서 다양한 공예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공예의 길, 그중 도예가 길을 걸은 지금 저를 보니 그래도 좋은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목 발전에 일조했다는 자부심과 전통 도예가로서 전통을 지킨다는 사명감, 명인이라는 책임감까지 더해 더 정진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전통 천목 도자기를 전승하고 개발할 것입니다”

현공요(玄空窯)
TEL : 055-381-9789
주소 : 양산시 삼덕로 190(하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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