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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가을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라는 절기가 무색할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7일 양산 기온이 38.7℃를 기록하며 일일기온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로 전날 38.3℃로 2013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더운 날이었지만 하루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산지역 여름이 올해만 뜨거운 것은 아니다. 2009년 7월과 8월 평균기온이 각각 27.9℃와 29.2℃를 기록한 뒤 2010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기온 역시 계속 올라 30℃를 넘는 날이 예사다.
2009년은 7월에도 30℃를 넘는 날이 7일밖에 되지 않았고, 8월 8일이 돼서야 30.7℃로 30℃를 처음 넘겼다. 하지만 올해는 7월 중순께부터 30℃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고, 특히 8월에 들어서자 1주일 동안 폭염주의보(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 3일, 폭염특보(35℃ 이상 상태가 2일 이상 지속)가 4일 동안 이어지는 기록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양산지역 평균기온이 높은 것은 지형적인 원인이 크다. 영축산에서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맥과 정족산에서 금정산으로 연결되는 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동풍이 산맥을 통과하면서 기온을 더 끌어올리는 ‘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도시 개발로 과거 논으로 더위를 식히는 역할을 하던 물금ㆍ양주동 일대 330만㎡에 고층아파트가 과밀화된 도시로 변하면서 ‘열섬 현상’(인구ㆍ인공 시설물, 콘크리트ㆍ자동차 통행 증가ㆍ인공열 방출ㆍ 온실 효과 등 영향으로 도시 중심부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기를 식혀줄 녹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사람과 건물이 빼곡한 도시로 상황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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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는 민간이 함께 푸른 대구 가꾸기 운동을 전개, 나무 심기와 옥상 정원 가꾸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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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양산은 더워지고 있지만, 양산시 이상기후대책은 전혀 새롭지 않다. 현재 양산시는 9월 30일까지 폭염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폭염 대응 합동 TF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235곳 지정ㆍ관리 ▶어르신 등 폭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방문 건강관리 도우미 운영 ▶무더위 휴식 시간제 시행 ▶온열 질환자 감시체계 운영 ▶폭염대비 시민 행동 요령 홍보 등 대부분 폭염 시간대 시민 행동을 자제하는 대책 위주다. 이달 초 횡단보도와 교차로에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그마저 4곳에 불과해 다른 지자체에서 ‘더위 탈출’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펼치는 것과 비교된다.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대구시는 이미 1996년부터 민ㆍ관이 함께 ‘푸른 대구 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대구지역에 3천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도심 녹지율을 17%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대구 여름철 일일최고기온이 30년 전보다 평균 1.2℃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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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시는 정수한 물을 안개 같은 미세입자로 분사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쿨링 포그를 도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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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도심 공원에 ‘쿨링 포그(coo ling fog)’를 설치했다. 쿨링 포그는 정수한 물을 일반 빗방울의 약 100만분의 1 크기로 분사하는 것인데, 매우 작은 입자기 때문에 옷과 피부에 젖지 않고 금방 마르면서 주변 온도를 3~5℃ 낮출 정도로 효과가 크다. 또한 대기 질 향상 효과까지 있어 설치 지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대구 사례로 효과를 입증한 쿨링 포그는 울산, 여수, 수원, 순천, 인천 등에서도 앞다퉈 도입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시범 추진해 효과를 본 ‘쿨 루프(cool roof)’ 조성을 확대했다. 쿨 루프는 옥상 표면을 특수 흰색 페인트로 칠해 건물로 유입되는 열을 차단하고 직사광선을 반사하는 기능성 지붕을 말한다. 겨우 지붕 색 하나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보통 녹색 우레탄이 칠해진 건물이 태양열을 15% 반사하는 데 반해 쿨 루프 시공을 한 건물은 80%까지 태양열을 반사해 건물 표면 온도를 20℃가량, 실내 온도를 4℃가량 떨어뜨린다. 부산 뿐만 아니라 서울, 김해 등도 쿨 루프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지자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양산시 폭염대책은 ‘대피’ 위주 과거 수준에 머물고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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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 루프 사업은 건물 옥상에 햇빛과 태양열 반사 등 효과가 있는 특수 흰색 페인트를 건물 지붕에 칠하는 것으로, 부산시와 서울시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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