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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에겐 즐거운 경쟁
오피니언

우리에겐 즐거운 경쟁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8/29 10:22 수정 2017.08.29 10:22
신도시 학교 신설 승인 보도 후
정치권 공로 인정받기 ‘안간힘’
양산 발전 위한 서로 간 경쟁 모습
시민 입장에선 흐뭇하기만 하다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사실 체질적으로 ‘경쟁’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베짱이 성격을 가진 탓에 무언가 치열하게 부딪치고 애를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자라다보니 정작 성인이 돼서는 의식적으로 경쟁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속성을 바라보는 일이 더 많다. 일종의 반발심리인지 모르겠다. 

최근 신도시지역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초ㆍ중학교 신설문제가 해결됐다. 이른 바 ‘학교총량제’에 묶여 번번이 교육부 심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던 터라 해당지역 학부모들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4전 5기 만에 교육부 심의를 통과한 동면 석산과 물금 가촌지역 학부모들은 이제야 한숨을 돌리게 됐다며 교육부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여론이 이렇다보니 지역정치권이 보여주는 반응 역시 흥미롭다. 교육부 심의 통과 사실을 가장 먼저 알린 쪽은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국회의원(양산 을)이다. 21일 오전 서 의원실에서 “석산 초중등학교 신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 통과”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발송했다.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하고 담당기자에게 관계 기관에 사실 여부를 추가취재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함께 안건으로 상정했을 물금 가촌2초 신설 심의 결과도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동면뿐만 아니라 물금지역 역시 신설학교를 요구하는 학부모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그동안 진행과정을 자세히 보도해왔던 터라 자연스레 최종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담당기자 확인 결과 양산교육지원청에서 정식공문으로 심의 결과를 통보받지 않았지만 석산 초ㆍ중통합학교 승인 결과는 사실로 나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촌2초 신설 여부는 확인돼지 않았다. 


그러다 오후가 한참 지나서야 서 의원실로부터 “(가칭)석산2초ㆍ중등학교, (가칭)가촌2초교 신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 통과”라는 내용으로 추가보도자료가 전달됐다. 짐작컨대 우리처럼 석산지역 소식을 듣고 가촌지역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의원실로 문의를 쏟아냈을 것이다. 



첫 보도자료를 보고 의원실에 담당기자가 가촌지역 승인 여부를 확인할 때만 하더라도 명확한 답은 없었다. 서 의원실 입장에서는 지역구(양산 을, 서창ㆍ소주ㆍ평산ㆍ덕계ㆍ양주ㆍ동면)에 속한 석산지역에 먼저 관심을 가졌을 게 당연하다. 


아무튼 다행스럽게 두 지역 모두 학교 신설이 승인됐다는 보도를 각 언론사에서 쏟아냈다. 대부분 보도는 서 의원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보도 이후 발칵 뒤집어진 곳은 다름 아닌 윤영석 국회의원실이다. 가촌지역은 윤 의원(자유한국, 양산 갑, 상ㆍ하북ㆍ중앙ㆍ삼성ㆍ강서ㆍ물금ㆍ원동) 지역구기 때문이다. 뒤늦게 윤 의원실에서도 보도자료를 발송했지만 대부분 언론사에서 이미 보도를 마친 상태라 학교 신설 공로는 오롯이 서 의원에게 돌아간 뒤였다. 


윤 의원 역시 신도시지역 숙원사업인 학교 신설 문제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왔을 터라 자신 이름이 빠진 보도를 접했을 때 허탈한 기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앞서 양산세무서 승격을 결정했을 때도 입장만 바뀌었을 뿐 비슷하다. 지난달 행정자치부와 국세청이 금정세무서 지서인 양산세무서 승격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윤 의원실에서 먼저 언론에 알렸다. 보도 이후 서 의원실측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서 의원 역시 세무서 승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공로를 인정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양산시민은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따라 처음으로 국회의원 2명을 선출했다. 공교롭게도 대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지만 여야 1명씩 각각 다른 성향을 가진 국회의원을 대표로 뽑았다. 선거과정에서 윤 의원은 ‘재선 의원 역할론’을 강조했고, 이제 여당의원이 된 서 의원은 영남권에 민주당 소속이 드물다는 ‘희소성=영향력’을 내세워 당선했다.


두 의원이 당선을 확정한 후 쓴 첫 칼럼에서 “양산, 좌우 날개 달고 날자”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때론 신경전처럼 보일지라도 두 의원이 양산 발전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좌우 날개처럼 두 의원이 힘을 모아 일하길 바라는 시민 선택이었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시민 입장에선 성과를 다투는 모습이 즐겁기만 하다. 앞으로도 두 의원의 경쟁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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