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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는 인류가 터득한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석기시대 때부터 동물 가죽을 이용해 신발과 옷, 끈 등을 만들어 생활했다. 그 이후에는 갑옷으로도, 또 가구로도, 더 발전해 생활용품으로까지 사용하면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가죽을 활용한 기성품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더 가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만의 것 말이다.
장원경(39, 물금읍) 씨도 시작은 그랬다.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작은 지갑이 점차 내 손에 맞아가는 재미와 즐거움을 맛보고 나니 더 가죽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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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 하면 통가죽보다 가공된 가죽으로 작품을 만드는 걸 떠올리죠. 저도 그랬고요. 그걸 배우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통가죽으로 작업하는 공방에 가게 됐어요. 자르고 염색하고 손바느질해서 만든 게 지갑이었는데 엉성했죠. 근데 작아서 편하니까 여러 번 들고 다녔는데, 어느새 제 손에 맞게 바뀌더군요. 그러면서 이 지갑 말고는 다른 건 들기 싫었어요. 그때 ‘아, 이게 가죽 매력이구나’를 느꼈죠”
그날 이후로 장 씨는 통가죽 공예에 흠뻑 빠졌다. 생지(가공하지 않은 가죽)를 사용하다 보니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가죽 가공과 염색, 무늬 등 과정에 필요한 도구를 갖추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가죽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특히 카빙(carving)이라는 기술은 그가 꼭 배우고 싶던 것 중 하나였다. 원하는 그림을 가죽에 밑그림처럼 옮기고 그 그림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며 색을 입히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섬세하고 어려운 기술이라 가르치는 곳이 경남권에는 없었다.
↑↑ 가죽에 그림을 입히고 색과 입체감을 주는 카빙(carving ) 작업을 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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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 좋게 취미로 카빙하시는 분을 알게 됐어요. 취미로 하지만 그 실력이 남다른 제 카빙 스승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분께 카빙을 비롯해 가죽 공예에 대한 많은 걸 배웠어요. 지금도 많이 알려주고 계세요”
그가 말하는 가죽의 매력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생지에서 시작하니 내가 원하는 색으로 염색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문양과 그림을 넣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지만, 같은 가죽에 같은 염색약을 써도 다른 분위기가 나고 또 그것만의 멋이 풍겨 나온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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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도 피부잖아요? 같은 립스틱이라도 사람마다 표현되는 색이나 질감이 다르듯 같은 동물 가죽이라도 피부마다 나타나는 게 달라서 염색해도 똑같이 나오지 않아요. 이것도 큰 특징이고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죠. 도안 말고도 다양한 그림을 가죽에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저는 제 아이가 그렸던 그림을 가죽에 옮겨 가방을 만들어 줬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제 공방에 오는 수강생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자기 아이, 또는 손자에게 줄 선물로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만큼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공예죠”
장 씨는 공방을 운영하는 지금도 사실 배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공방을 하게 된 것도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양산지역에서는 거의 찾기 힘들지만, 가죽 공예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함께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 만든 공방이기 때문이다. 실력 유무를 떠나 각자 가진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있는 공간이 되는 게 목표다.
↑↑ 만화 캐릭터 ‘아톰’을 카빙해 완성한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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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죽 공예가 ‘귀족 공예’라는 말도 있어요. 재료도 재료지만 도구가 비싸고 종류도 많거든요. 이런 걸 함께 공유하면서 각자가 가진 정보도 나누며 함께하길 원해서 문을 연 게 이곳이에요. 그러니 공방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가죽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복한 공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위치 : 양산시 오봉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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