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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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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도깨비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9/12 09:21 수정 2017.09.12 09:21
때론 낮도깨비 같은 지역신문 존재
지역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역할
나쁜 버릇 대신 새로운 도전으로
지역에서 희망을 찾는 일에 동참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우리나라 민속신앙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는 여느 귀신과 달리 때론 허술한 모습으로 사람에게 다가선다. 특히 도깨비가 들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는 ‘뚝딱’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실현시켜주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도깨비가 우리에게 단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때론 행운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 속 등장하는 도깨비가 친근한 존재로 그려지는 이유기도 하다. 


한편, 주로 밤에 활동하는 도깨비가 낮에 나올 경우 ‘낮도깨비’라고 부르며, 자신이 처한 황당한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 ‘낮도깨비 같은 사람’이란 표현 역시 같은 이치다. 


14년 전 양산지역 지역신문으로 창간한 양산시민신문은 지역사회에서 ‘낮도깨비’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종이매체가 힘을 잃기 시작한 디지털 시대에 그것도 주간 단위로 지역소식을 전하겠다는 양산시민신문은 시대에 뒤처진 엉뚱한 발상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낡은 관행을 반복해온 기존 언론에 등 돌린 독자들이 새로운 지역신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력가 도움 없이 시민 소액주식을 모아 어렵게 창간하는 과정 역시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의혹 가득한 눈길 속에서 한 발 한 발 묵묵히 걸어온 시간이 벌써 14년이다. 처음 지역신문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양산시민신문은 어떤 신문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그 질문 속에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담고 있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신문을 발행하는가를 묻는 궁금함이 함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낮도깨비’같은 답변을 들려주곤 했다. 


“양산시민신문은 나쁜 버릇이 없습니다”


14년 세월이 흐른 뒤 평기자였던 나는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신문 제작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 후배 기자들 역시 10년 넘는 세월을 참 모질게도 버티며 지역신문을 지켜왔다. 미혼이었던 기자들이 대부분 결혼하고, 어느 새 한 가정의 아빠, 엄마가 된 모습을 돌이켜보면 감회가 새롭다. 


양산시민신문 기자들은 첫 직장으로 이곳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지역과 지역신문을 바라보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을 기자행동윤리로 삼았다. 때론 서툴지만 기존 언론관행에 물들지 않았다는 사실은 양산시민신문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던 셈이다. 



이 말은 알든 모르든 대부분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굳이 ‘사이비’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언론이 가진 이미지는 불쾌한 기억과 겹치기 마련이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도깨비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지역신문과 도깨비는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장난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장난기 탓일까? 도깨비에게 호되게 당한 이들은 도깨비를 무서운 존재로 기억한다. 반대로 동화 속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행운을 주는 모습 역시 도깨비가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어떤 지역언론은 지역에 피해를 끼친다. 잘못된 보도 관행과 추측 기사는 때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지만 정작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다. 또 어떤 지역언론은 지역의제를 설정하고 시민과 함께 대안을 찾는다. 소통의 장으로 지역언론은 시민 화합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지금 양산시민신문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새삼 되돌아본다. 

 
도깨비는 지역민속신앙이다. 도깨비를 통해 들여다보는 민속신앙 속에는 지역사람들이 살아온 자연환경과 삶의 흔적이 배어 있다. 개발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삶의 흔적을 기록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고민하는 일이 지역신문 역할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늘날 지역신문은 우리 일상을 담아내는 도깨비 역할인지 모른다. 비록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방망이를 가지진 못했지만….


도깨비는 사람이 아닌 귀신에 속하지만 사람이 죽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사용하다 버린 헌 빗자루, 짚신, 부지깽이, 오래된 가구 등이 도깨비로 변한다고 한다. 일상과 동떨어진 세계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가장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지역을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는 지역신문은 도깨비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1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양산시민신문은 여전히 양산시민에게 ‘낮도깨비’같은 존재다. 새롭게 양산에 터전을 잡은 이들에게 ‘지역신문’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이유는 우리가 함께 사는 지역에서 삶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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