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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시민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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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시민만은…”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09/19 10:03 수정 2017.09.19 10:03













 
↑↑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지난 주말, 친구들과 약속을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대학생 때는 매일같이 타던 지하철이었는데, 직장에 다니고 차가 생겨서 그런지 지하철 탈 일이 사라졌다. 둘러보니 지하철 안 풍경도 달라졌다. 그때는 등교 시간이라 그랬는지, 그래도 고개를 돌리면 신문을 읽는 사람, 전공책을 펼친 사람, 핸디북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모두 핸드폰 화면을 응시하며 누군가는 메시지를 쓰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영상을 보며 달리는 지하철 안에 머물렀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와 장르만 읽는다는 책 편식을 핑계로 한 달에 한 권이면 ‘이번 달 책 많이 읽었다~’ 소리가 나온다. 이런 독서 현실이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2015년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65.3%로, 9.1권을 읽는다고 나왔다.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 읽어야 한다’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대로 된 독서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책보다는 교과서를, 문제집을 보는 게 더 이득이라는 입시 환경 속에서 책은 더 기피 대상이 됐고, 그렇게 성인이 돼서도 독서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이 핑계, 저 핑계로 줄여나가기 바빴다. 그래도 우리는 독서를 말한다. 책이 주는 풍성함과 이로움을 계속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지자체에서 책 읽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양산시 역시 마찬가지다. 양산시는 지난 5월부터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전개해왔다. 지난 3월, 책 선정부터 시작해 어느덧 한 책 읽기 운동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책 평가회’까지 2개월 정도 남은 시점, 선포식부터 시작해 북 콘서트, 강연회, 독서 마라톤, 독후감 대회 등 독후 행사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이런 범시민 운동에서 각 시민이 동참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이다. 지난주부터 본지에서는 ‘릴레이 독서평’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부터 시작해 일반 시민까지, 올해의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자리다. 그 시작을 오피니언 리더로 잡은 것은 지역사회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좋은 운동이라면 그들이 먼저 움직여 일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였다.


한 도시 한 책 운동 시작 때부터 계획했던 릴레이 독서평이었지만, 사실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 걱정스러웠다. 역시나 참여율은 저조했다. 이런 상황은 참여 협조를 위해 전화했을 때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기관에서는 대부분 ‘한 도시 한 책 운동’ 조차 잘 알지 못했다. 대부분 ‘바쁘다’는 핑계를 들며 협조요청을 외면하기 바빴다.


물론 다들 시간 내기 귀한 분들인 것 이해한다. 하지만 책 읽는 양산을 만들기 위해 범시민 운동을 전개한다면서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거기다 정작 자신들은 이 운동을 모를뿐더러,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는 상황을 보니 씁쓸함이 느껴졌다. 마치 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내 아이는 좋은 책을 많이 읽기를 바라는 부모 모습을 보는 것 같달까.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원래 취지대로 ‘책으로 하나 되는 양산’을 꿈꾸기엔 아직은 책을 권하기만 하는 독서 운동 수준에 머무른 것 같다. 시민이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지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역시 함께해야 의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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