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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을 되돌아보다
오피니언

양산을 되돌아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09/29 17:09
가을은 뒤를 돌아보는 성찰의 계절
삽량문화축전 창간14주년 보도사진전
양산 어제와 오늘 그리고 양산사람들
다함께 희망과 공감을 나누는 시간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가을은 뒤를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설레는 봄을 지나 뜨거운 햇볕이 일상을 집어삼킬 듯 이글거리는 여름을 겪고 나면 가을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잠시 안겨준다. 그동안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하나둘 결실을 맺어야 하는 순간, 결실의 계절이라는 부르는 가을은 때론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올해 첫 업무수첩에 적었던 계획 가운데 사진 정리가 포함돼 있었다. 양산시민신문이 창간한 지 14년째 되는 해이니 그동안 나와 내 동료들이 양산 구석구석을 기록한 엄청난 양의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기록으로 가치가 있을 터. 마음은 진작 먹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업무수첩 속 ‘사진DB 정리’라는 계획이 이루지 못할 과제처럼 수첩 깊숙이 남아 있었다. 


창간 14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하던 가운데 결국 보도사진전을 열기로 결정했다. 부랴부랴 14년 동안 CD와 데이터베이스 서버 속 고이 잠든 옛 사진들을 하나 둘 꺼내 촬영시기와 주요 내용을 표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예상처럼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나와 내 동료들이 꼼꼼하게 양산을 기록한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읽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1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양산에 참 많은 사건ㆍ사고가 있었다. 그 속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담겨 있다. 최근 인구 10만명이 넘은 물금읍 역시 10여년 전 사진 속에는 덩그러니 빈 허허벌판으로 기록돼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이 하나 둘 들어서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쌓여갔다. 안타까운 재난 속에서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화려한 개발 뒤편 그늘진 곳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눈물도 있었다. 양산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이 눈길 받지 못한 채 봉인돼 있던 사진 속에 녹아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화합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상처 주는 모습이 있었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손길이 있었다. 해마다 반복하는 행사 속에서 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이 번갈아 스쳐갔다. 


사진 정리를 추석 연휴 전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기계적으로 사진 분류를 마쳤지만 여운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친구에게 연인에게 받았던 옛 편지를 새삼 다시 읽어보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고된 작업이었지만 점점 스스로 뒤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기 힘든 요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새로운 활력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사실 지역신문 기자에게 가을은 악몽 같은 계절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단체별로 수많은 행사가 예정돼 있고 대부분 주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지역신문 기자에게 가을은 뒤를 돌아보는 계절이 아니라 전진, 전진해야 하는 숨 가쁜 순간이 이어진다. 사진 속 수많은 행사들이 지역신문 기자를 옭죄어온 족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한 걸음 물러나 스스로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 반복하는 취재 일정 가운데 무뎌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양산을 기록해온 지난 시간이 헛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참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와 내 동료들 모두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양산 변화를 현장에서 묵묵히 기록해왔다. 


곧 다가온 삽량문화축전에서 시민에게 양산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보도사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보니 사진 한 장 한 장 선택하는 일이 괴로운 과정이었다.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까 조바심 나는 순간이었다. 


양산시민신문 슬로건 “내일을 보는 정직한 눈”처럼 이번 보도사진전이 양산 어제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해버린 양산은 변화 속에서 앞으로 더 많은 희망과 공감을 만들어야 할, 우리가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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