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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지역 문인들이 써 내려간 시가 책 두 권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임흥윤(67) 시인 ‘심정의 꽃’(청옥)과 천상례(63) 시인 ‘바람의 아픔’(청옥)이다. 같은 날 시집이 나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부부라면? 부부가 한날한시에 같은 출판사에서 첫 시집을 펼쳐냈다면? 이야기는 조금 더 특별해진다.
ⓒ 양산시민신문 |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책 읽기를 즐기는 것, 그 중 시를 사랑하는 것, 학창시절 문학소년ㆍ소녀였다는 것 등 말이다.
임 씨는 “글쓰기를 좋아했기에 고등학생 때부터 작품을 만들어 냈다. 고1 때는 ‘당연히 된다’는 생각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했는데 낙방했다. 실의에 빠져 있었지만, 나는 내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장편 소설 두 편을 써 담임 선생님께 보여드렸다. 그리고는 글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씨는 글쓰기보다 읽기를 좋아했다. 그는 “중학교 여름방학 때 이광수 작가 ‘흙’을 읽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 심훈 ‘상록수’, 톨스토이 단편 등을 읽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윤동주 ‘서시’를 보며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꿈을 키웠던 기억이 시인인 나를 만든 계기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지어 등단한 곳도 똑같다. 남편인 임 씨가 2013년 심정문학에서 먼저 신인문학상을 받고 이듬해 천 씨가 같은 상으로 등단했다. 시를 쓴 것은 아내가 먼저였지만, 인터넷을 배우며 시인들과 교류를 활발히 했던 남편이 먼저 등단하게 된 것이다.
임 씨는 “단순히 인터넷 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점점 배우면서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다. 당시 ‘심정문학카페’에 가입해 시인들이 써놓은 글에 감상을 남겼는데, 그 감상들이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시인 기질이 있다’며 저에게도 시를 쓰라고 하는 분이 많아 한두 편 쓰다 보니 심정문학 신인상 등단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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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는 시인이 되고 나니 자신보다 더 글솜씨가 있었던 아내 역시 충분히 등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내 몰래 시를 카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신인문학상 응모까지 해버렸다.
천 씨는 “사실 낯을 많이 가리고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인데, 남편이 일을 저질러 버리는 바람에 신인상을 받게 됐다. 그때는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그때를 떠올렸다.
이번에 두 사람이 펼쳐낸 책은 경남문화재단 문화예술활동 지원 기금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두 사람 다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이나 마주하게 되는 사물을 각자 색으로 풀어냈다.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지만, ‘시’에 관해서는 분명히 달랐다. 임 씨는 인생과 삶,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냈고, 천 씨는 나와 내 주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시에 담아내는 내용과 방식, 시를 쓰는 스타일은 여러모로 다른 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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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씨는 “시 주제가 우리 삶과 연관된 것은 어느 시인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좋아하는 주제는 차이가 있다. 특히 시를 쓰는 방법이 가장 다른데, 나는 퇴고를 몇 번이고 하면서 글을 계속 수정하는데, 남편은 일필휘지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래놓고 나중에 결과물을 다시 보면서 후회하더라”고 말했다.
임 씨는 “사실 첫 시집이 나온 걸 보고 나서 ‘이 작품은 제외했어야 하는데’ 싶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지 않느냐. 앞으로 완성도를 더 높이면 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자신 이름으로 된 첫 시집을 냈을 뿐, 시인으로서 이들은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 보여줄 시도, 쓸 이야기도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힘이 돼 주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시집도 계속 함께 펼쳐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