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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균형 잃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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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잃은 도시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11/21 09:41 수정 2017.11.21 09:41
인구 30만 도시가 갖춰야 할 조건
문제를 미리 준비하고 대처하는
성장주의 논리를 벗어난 도시 운영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 능력 필요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더 이상 양산에 사람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부쩍 신도시에 사는 이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양산이 인구 30만명을 넘어섰고, 물금읍은 인구 10만명이 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더 이상 인구가 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양산시와 지역정치권에서는 인구 30만을 넘어 50만 자족도시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인구 증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좁은 지역에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 줄지어 늘어선 차량으로 교통체증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양산 시내를 이동하는 시간도 예전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이미 고질적인 문제가 돼버린 주차대란은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늘어나는 학생 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교육행정은 초등학교 부족과 과밀학급이라는 문제를 낳더니 이제는 ‘보육대란’이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유치원 부족 현상이 학부모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인구 증가가 곧 양산 발전인 것처럼 선전해온 양산시와 지역정치권은 해법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쏟아지는 민원 앞에 속수무책이다. 


“다시 양산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보육대란을 겪고 있는 신도시 학부모들 사이에서 양산지역 주거ㆍ교육환경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제풀에 지치길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기관은 없다. 


전국에서 가장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양산의 우울한 뒷모습이다. 논에 불과하던 너른 땅 위에 빽빽한 아파트 숲이 자리한 것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요즘 학생들이 덩치가 커졌지만 체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이야기처럼 도시도 성장 속도에 맞춰 문제를 해결할 준비와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오늘날 양산 현실은 이 같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커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늑장 대응을 바라보며 과연 양산시가 인구 30만 도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한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욕구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도시 운영은 균형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인구에 걸맞은 기반시설과 제도 정비를 채 갖추지 못한 신도시는 겉모습만 화려한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화려한 신도시에 주목하다 보니 양산지역 원도심과 농촌은 관심 밖에 벗어나 있다. 다양한 정책 지원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신도시와 다른 지역 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신도시지역 주민들 목소리가 크다 보니 원도심과 농촌지역 주민 하소연은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레 밀려나고 있다. 



양산지역을 크게 동서로 나눠보면 동부지역인 웅상 역시 크고 작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불만 가운데는 실제 차별이 있을 수 있고,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웅상지역 주민들이 갖는 오해 역시 도시 운영을 균형 있게 하지 못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양산시가 인구 50만 자족도시를 이야기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늘어놓기보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길 바라는 양산시민은 “더 이상 인구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지금 이 순간 양산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양산시와 지역정치권이 이른바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구 30만 달성이 시민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 다른 신도시 개발과 도시철도 건설, 문화복지체육시설 확충 등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로 인구 50만 자족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 역시 시민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는 행정과 정치기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내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균형 잡힌 도시 운영을 펼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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