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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은 맛집으로 인정받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통도사를 방문하는 이들 가운데 산들바람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주말이면 길게 늘어서는 손님만으로도 충분하다 느꼈다. 특히 김숙희ㆍ김대열 대표 두 명이 식재료 준비와 요리, 서빙, 뒷정리까지 다 맡고 있으니 더 많은 손님을 대접하기엔 힘에 부친 상황이기도 했다.
“이런 대회가 열리는 줄도 몰랐지만, 양산시에서 저희에게 찾아와 부탁했어요. 대회에 참가해달라고. 사실 주말 장사를 포기하고 가기엔 손실이 커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일이 참가자를 만나고 설득하는 분들이 안쓰러워서 나가게 됐죠. 음식 100인분을 미리 만들어서 시민에게 대접하려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느낌이 달랐어요. 현장에서 맛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밝은 표정, 그런 긍정적인 기운이 제게 힘이 됐어요. 거기다 상까지 받고, 지역에서 열심히 음식 연구하는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출전하기 잘했다고 생각했죠” - 김숙희 대표
이들이 선보인 건 직접 담근 장아찌와 통도사 연잎으로 쪄낸 연잎밥.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식이다. 가게에서도 ‘연잎밥 정식’으로 판매하던 것을 더 심화해 ‘일품자연요리정식’이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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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조미료 대신 천연 발효액으로 풍미와 향을 잡았습니다. 획일적인 인공조미료 맛에 식재료 맛이 가려지기 마련인데, 저희는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려 노력했죠. 발효액을 사용하면 음식 맛이 강한 게 보통인데 저희는 음식 궁합을 제대로 따지기 때문에 맛이 부드럽습니다. 인공조미료에 길든 분이라도 저희 음식은 편하게 드시고 갈 수 있는 이유죠” - 김숙희 대표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까지 과정도 험난하다. 농부와 직접 만나 신선한 재료를 구하고 야생에서만 나는 식재료를 찾기 위해 산이고 들이고 찾아 나선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고추장, 된장, 간장, 식초까지 모두 김숙희 대표 손으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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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온전히 아내 몫입니다. 열네살, 어린 나이에 궁중 요리 전수자로부터 음식을 배웠고 영천 은혜사 스님 밑에서 약선요리도 익혔죠. 4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은 사람이라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고집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집이 있었기에 온전히 맛으로 인정받았죠” - 김대열 대표
음식의 기본인 장을 해마다 담그고 식초도 사과, 감, 복숭아, 머루포도 등 4가지 종류로 담근다. 직접 만든 식초로 한 해 20종류 가까이 되는 장아찌를 담는 탓에 식당 곳곳에 장독대가 가득하다. 좋은 음식은 좋은 곳에 담아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음식 담는 그릇도 잘 빚어진 자기에 담는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을 거치는 그릇이다 보니, 음식을 안 깨지는 그릇에 내야 하는 것 아니냐지만 손님에게 대접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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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가운데 일부는 진짜 도자기인가 싶어 젓가락으로 때려보기도 하더라고요. 그 소리를 들을 때면 제 마음이 아픕니다. 제 정성을 의심하는 것 같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 그릇을 바꿔야 하나 싶다가도 좋은 분들도 많아 참게 됩니다.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 김숙희 대표
이들은 맛집 대회를 통해 지역에서 자신만의 음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난 게 다행이라며 웃었다. 양산만의 음식 문화가 없는 이곳에서 자신의 맛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업체들이 함께 모여 서로 의견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을 하면서 양산만의 외식 문화를 가꿔나갈 수 있게 됐다는 것.
“양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어렵잖아요. 그런데 대회에 참가한 이들 모두 그것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동안은 서로 몰랐지만, 지속해서 교류하며 양산만의 맛, 양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도록 힘을 모으려 합니다” - 김대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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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표의 꿈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경험을 많은 이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김숙희 대표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한 지식을 일반에게 알려 우리 음식이 더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요리는 일반이 하기 어려워요. 15분이면 할 수 있는 걸 1시간 동안 가르치니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요. 저는 쉽고 빠르게 맛있는 음식을 하는 법을 알리고 싶습니다. 외식문화가 점차 서양화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거든요. 약선요리라 해서 절대 어렵지 않고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도록 대중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게 꿈입니다. 요리법만 알리는 게 아니라 음식 문화도 몸으로 익혀 알고 있는 만큼,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걸 알리고 싶어요” - 김숙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