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봉사로 바쁘지만 그래서 즐거워요..
사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봉사로 바쁘지만 그래서 즐거워요”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7/12/19 08:54 수정 2017.12.19 08:54
2017 경상남도 자원봉사왕 한영란 씨

열심히 배운 수화와 수지침 등으로
10년 동안 봉사만 5천300여 시간

양산에서 부산까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봉사에 앞장서 ‘귀감’

“자랑할 일도 아닌데 귀한 상까지 받아
필요한 이들 위해 더 봉사하겠다 다짐”












ⓒ 양산시민신문


봉사는 나의 시간과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다. 내게 주어진 것을 쪼개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내게 소중한 무언가를 희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봉사’가 마냥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한영란(64, 중앙동) 씨는 봉사를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남는 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그 과정을 통해 배움을 얻는 과정이라고 했다.

“10년 전이었어요. 친구가 ‘너도 봉사해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는데 봉사는 어떻게 하는 건가 생각만 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수화를 배우게 됐고 수어바다를 알게 됐어요. 수화 통역만 봉사가 아니더라고요. 저는 수화로 공연하는 걸 주로 하는데,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한 씨는 봉사단체인 수어바다와 인연을 맺고 활동하고 있다. 수어바다는 농아인에 대한 사회 편견을 깨고 수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4년 창단한 봉사단이다. 누군가 의사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언어인 만큼, 교육도 철저히 받는다. 한 씨도 수화를 익히는 데 어려웠지만, 그마저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주로 저는 수화 공연에 나서요. 해마다 열리는 수어문화제에서 공연하고 지역에서 요청이 오면 그 무대에도 서죠. 한 곡을 완벽히 익히기 위해 공연 전에는 평일 내내 수화 연습하느라 바빠요. 그래도 회원들과 웃으면서 하나하나 익혀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이런 활동으로 양산시민에게 수화를 알리는 것도 좋고요”


수어바다 활동만으로도 바쁠 텐데, 한 씨는 양산수지침봉사단에도 가입해 함께하고 있다. 양산시여성복지센터에서 수지침을 배워 지역 곳곳을 다니며 어르신들 손에 뜸을 뜨러 다니는 것. 어르신들과 손을 맞대며 서로 사는 이야기, 건강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매주 갖고 있다.


“수지침 활동에서 제일 뿌듯한 기억이 많죠. 어르신들이 뜸 뜨고 아픈 데가 좀 나아졌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배운 보람이 있다는 것도 느끼고요”


한 씨의 일주일 일정을 들어보면 대부분 봉사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수어바다와 양산수지침봉사단 활동부터 급식 봉사며 양산시립박물관, 양산부산대병원 등 기관 방문까지 다양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간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 수어바다 활동 말고도 수지침 봉사와 양산부산대학병원 등 다양한 기관 봉사에 참여하며 일주일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민신문


“부산 명륜동에서 나눔가게 봉사도 했다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도 가요. 시립박물관 봉사단도 하고요. 봉사할 일이 있다면 계속 찾아가고 그렇게 지내요. 평일 내도록 봉사하느라 바쁘고 주말은 성당 가서 지내죠. 일주일이 바쁜데, 이게 일상이니까 오히려 봉사하러 안 나가면 느낌이 이상해요. 제 작은 행동으로 큰 힘을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는 게 고맙기도 하고요”


이런 한 씨가 지난 7월 경상남도 자원봉사왕으로 선정됐다. 10년 동안 무려 5천391시간(7월 기준) 봉사 활동을 펼쳤다. 7월에만 22회, 58시간 봉사에 참여했다. 그는 아마 12월까지 포함하면 5천500시간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며 크게 자랑할 거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한 씨를 만난 날도 지난 13일 양산시자원봉사단체연합회에서 진행한 ‘사랑의 열매 거리 캠페인’에서다. 추운 날씨에도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에게 사랑의 열매를 알리던 그는 인터뷰 내내 남들도 하는 봉사로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부끄러워하기 바빴다. 


한 씨는 상 받은 것도 한동안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늘 하던 일인데 그걸로 상을 받았다는 게 조금 부끄러웠다고 설명했다. 남들 모르게 혼자 묵묵히 봉사하러 다니는 성격 탓에 주변에서도 한 씨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봉사에 쏟았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왕 상 받고 얼마 지나서 남편이 집에 걸어놓은 꽃다발을 보고 물었어요. 이게 뭐냐고요. 그제야 자원봉사왕 상 받으러 갔다가 받은 거라고 말했어요. 가족들도 그때 알고 한 마디씩 해주는 데 그게 왜 이렇게 부끄럽던지…. 그래도 잘했다고, 자랑스럽다고 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좋았어요. 아무튼 그동안 봉사한 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니까요” 

















↑↑ 한영란 씨는 지난 7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2017 경상남도 자원봉사왕’으로 뽑혔다.
ⓒ 양산시민신문

한 씨는 필요한 곳에 봉사하며 사는 삶이 자신에겐 가장 소중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거창한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늘 그랬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오늘과 같은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저보다 더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양산에 많아요. 그런 봉사자들 가운데 제가 자원봉사왕이 된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시작한 봉사는 아니었지만, 상도 받고 이런 기회도 생기니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거 같아요. 앞으로도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봉사는 어려운 게 아니니 봉사에 참여하는 분이 더 많았으면 해요. 세상이 더 따뜻해지게요”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