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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프랑스 자수? 정확하게는 ‘유럽 자수’라고 불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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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수? 정확하게는 ‘유럽 자수’라고 불러야 해요”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8/01/16 08:55 수정 2018.01.16 08:55
메이의 앤틱 자수 운영자 신정은 씨

자수 매력에 빠져 한 길 걸은 지 25년째
발전하기 위해 서울부터 독일까지 한달음

동양 자수보다 자유로운 게 유럽 자수 매력
기회가 되면 전시와 자수 여행 책 내고파

실과 바늘, 그리고 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지만, 그 도구로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기계로 똑같은 문양을 대량 생산하는 요즘 시대에 흔하지 않은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자수’에 빠진 지 벌써 25년째인 신정은(49, 물금읍) 씨. 남들이 보기에도, 자신이 생각해도 괄괄한 성격에 전공도 전혀 상관없는 경영학과였지만, 마치 운명처럼 자수를 만나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걷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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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가 운영하는 ‘메이의 앤틱 자수 공방’ 출입구에는 ‘프랑스 자수’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수강생들 역시 그에게 프랑스 자수를 배우러 오고 있다. 신 씨는 사실 ‘프랑스 자수’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 사용된 것이라며 웃었다.


“정확하게는 ‘유럽 자수’ 또는 ‘서양 자수’라고 해야 해요. 그 속에 프랑스, 영국, 스웨덴 자수 등 지역마다 다른 자수 기법이 있는 거고요. 십자수(크로스 스티치)가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 자수 기법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자수 실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DMC사가 프랑스 회사에요. 그렇다 보니 ‘프랑스 자수’가 우리나라에선 유럽 자수와 서양 자수를 대표하는 단어처럼 쓰이고 있는 거죠”


동양 자수와 유럽 자수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섬세하고 치밀한 바느질법이 특징인 동양 자수는 명암과 음영까지 표현할 수 있다. 같은 면적을 수놓더라도 유럽 자수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 자수는 그보다 더 자유분방한 느낌을 가진다. 동양 자수처럼 사실적이고 촘촘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에 더 적합한 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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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가 주로 하는 자수는 유럽 자수 가운데 영국 자수에 가깝다. 자수를 배우기 위해 처음 만난 스승이 영국황실자수를 배운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20대 때만 하더라도 자수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전이라 가르치는 사람도 적었기 때문에 서울로, 경기도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 했다.


“대학 때 태국에 여행 간 적이 있어요. 그때 십자수 파우치를 보게 됐는데 그때는 우리나라에서 십자수도 흔치 않았어요. 정말 예뻐서 너무 배우고 싶었는데 가르치는 곳이 없었죠. 1년 뒤에 영국황실십자수가 들어왔어요.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부산에 십자수 가게를 운영했죠. 저를 아는 친구들은 다 놀랐어요. 네가 그런 걸 하냐고요”


20대 열정으로 빠르게 기술을 익혀 부산을 비롯해 울산, 서울, 경기도 등 십자수와 리본 자수 강사 생활을 7년 동안 이어갔다. 자수를 놓고 다른 사람들과 자수로 소통하는 게 마냥 행복했기에 힘든지도 몰랐다. 신 씨는 남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자신의 실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다양한 자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새로운 자수를 할 줄 아는 선구자에게 찾아가 배우는 데 힘을 쏟았다. 때로는 국내가 너무 좁게 느껴져 말이 통하지 않는 해외로 나가기도 했다. 독일과 중국 등에서 오로지 눈과 경험으로 자수를 배우는 무모한 도전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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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르치는 것보단 제 작품 만드는 게 더 재미있어요. 오롯이 자수에 집중하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지죠. 일단 보기에 예쁘잖아요. 그리고 제가 만들고 싶은 대로, 제 생각대로 그림을 표현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유럽 자수는 동양 자수보다 정교하진 않지만, 거칠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이 매력이에요. 아직도 저보다 잘하는 분,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만나면서 새롭게 표현하는 걸 배우고 더 나은 색감을 익히고 그렇게 지내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니까요”


그렇다고 자수를 하는 모든 시간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결혼과 육아 앞에 자수를 놓을 수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고, 배움을 이어가면서도 발전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과 바늘은 끈질기게 신 씨를 따라왔고, 결국 4년 전부터 공방을 운영하게 됐다. 공방을 운영하기 전에도 취미로 가끔 수를 놓았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능기부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양산지역에서는 제가 처음 유럽 자수 공방을 열었어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공방을 찾죠. 취미로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꽤 있는데, 사실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분들은 찾기 힘든 게 조금 아쉽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유럽 자수 연구회가 있다면 정보 공유도 하고 작품도 같이 만드는 등 좋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신 씨는 기회만 된다면 전시회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산 등지에서 그가 속한 연구회원 간 전시회는 참여한 적이 있지만, 개인전은 아직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 씨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 조금 더 실력과 작품 수를 쌓고 나면 기회가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것보다 더 바라는 꿈은 따로 있어요. 유럽을 쭉 돌면서 여행기를 겸한 자수 일기랄까요. 사실 유럽 자수다 서양 자수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보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을 위해 제가 직접 다양한 자수를 보고 담아내는 거죠. 이 꿈이 정말 이뤄질진 모르겠지만, 이룰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죠”

위치 경남 양산시 물금읍 백호2길 48, 1층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ganic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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