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확인했어요. 정말 제 글이 맞냐고요. 거의 3개월 가까이 공들여 준비한 제 첫 작품이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더 놀랐어요”
■ 아이들을 위한 글 쓰고 싶어 아동문학을 배우기 시작
유 씨는 책과 이야기가 주는 지식과 깨달음이 좋았다. 어릴 때부터 일주일에 책 10권은 읽어왔고, 독서는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중학생 시절,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저런 글을 써봐야지 다짐했던 소녀는 28살이 되고 그 막연함을 실천에 옮겼다. 이왕이면 자신의 직업이 교사라는 점을 살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써보자며 꿈을 구체화했다.
“아동문학을 배우고 싶었는데 가까운 곳에서는 가르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강원도 춘천교대 대학원으로 갔죠. 방학 동안 공부하게 됐는데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정말 준비 없이 간 대학원이었기에 혹여나 이 길이 나와 맞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제게 왔네요”
수많은 문학 갈래 가운데 아동문학은 변방에 있다. 대부분 아동문학 독자가 아동이라는 소수만을 위한 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씨는 아동문학이야말로 ‘이중독자’를 가진 문학으로, 아동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지 똥’ 같은 아동문학만 봐도 아이에게도 감동을 주지만 성인이 읽어도 울림이 충분한 글입니다. 더군다나 아동문학은 어른이 선택해서 아이들에게 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에 더더욱 아이들이 읽는 글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야 해요”
■ 소수자 인권에 대한 관심 많아, 앞으로 쓸 글도 비슷한 주제일 것
그래서일까, 유 씨가 쓴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는 현시대를 역지사지 관점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여성 중심사회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이 경험하는 차별과 사회장벽을 SF(Science Fiction, 공상과학소설) 장르로 풀어냈다.
“아동문학이 소수의 문학이듯, 저 역시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지난해 1학기 때 독서연수를 갔을 때 로봇 관련 SF인 ‘헬렌 올로이’(레스터 델 레이 작)를 보고 영감을 받아 초안을 썼죠. 교수님께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아서 여러 가지 고민했어요.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인해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이 많은 주목을 받았고 저 역시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SF 장르는 가져가되 소수자가 겪는 사회 문제도 담고, 거기다 페미니즘까지 가미가 된 글을 써보자 싶었죠. 앞으로 쓸 글도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유 씨의 작품은 그런 점에서 문제작으로 손꼽히며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친 부분이 있지만 보다 둔중한 문제의식을 가진 유 씨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사실 작품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거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주변 환경 때문에, 가정 상황 때문에, 혹은 부모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 없이 수정했던 원고 가운데 주인공이 제 꿈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던 것만큼은 바뀌지 않았거든요. 그것처럼 아이들이 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유 씨는 조만간 출간될 ‘시와 동화’ 봄호에도 원고를 냈지만, 아직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부끄러워서 등단한 작품도 제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배워갈 날이 더 많기에 실력을 갈고닦아 아이들을 위한 좋은 글을 써낼 것이라고 했다.
“등단은 했지만, 작가라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죠. 저는 아직 아동문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고, 우선 제 목표는 논문까지 제출해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마치는 겁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나면 꾸준히 글도 쓸 예정이고요. 나중에 저도 부끄럼 없이 제 작품을 제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아이들 역시 ‘재미있다’고 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배우고 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