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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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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댄스는 ‘선정적인 춤’이 아니라 ‘몸의 예술’입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8/04/10 08:57 수정 2018.04.10 08:57
세계 최고 폴댄서 정은지 씨

지난달 미국 챔피언십 대회서
완성도 높은 기술로 우승 차지

운동과 예술 결합한 매력에 빠져
현대무용에서 폴댄스로 전향

“선정적이라는 고정관념 없이
하나의 스포츠로 봐줬으면”

4m 높이 봉 하나에 매달려있지만, 몸짓만큼은 자유롭다. ‘선정적이다’라는 고정관념에도 폴댄스가 그런 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예술성 있고 고난도 동작을 수없이 반복했다. 더 가벼운 몸으로 완벽한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어트는 평생 같이해야 할 친구가 됐고, 손과 허벅지 등 몸 곳곳에 생긴 멍은 고된 훈련을 이겨낸 훈장이 됐다. 


‘최고가 되자’는 목표로 연습했던 순간이 지난달 결실을 봤다. 봉을 타기 시작한 지 4년, 정은지 씨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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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월 2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제30회 아놀드클래식페스티벌’이 열렸다. 각국을 대표하는 폴댄서들이 서로 경합을 펼치는 자리로, 정은지(30, 동면) 씨는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다.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토너먼트로 진행한 어드반스드 오픈카테고리 대회에서 순위권에 들어야 했다. 그를 포함해 모두 11명이 출전한 가운데 정 씨는 당당히 1등을 차지해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어드반스드 대회에 이어 챔피언십이 바로 진행됐다. 이미 한 차례 경기를 치른 후라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다시 봉을 잡았다. 마음을 비운 덕분일까, 정 씨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무대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완성도를 높인 기술로 기술적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컸다.


“외국 선수들과 체격부터 다르더라고요. 제가 좀 왜소한 편이라 더 비교됐고,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겼죠. 놀랍게도 많은 선수 사이에서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그동안 몸 고생과 마음고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고, 봉을 타는 게 너무 행복하다 느껴졌죠”













ⓒ 양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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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인 현대무용 포기하고 잡은 봉
주변 반대에도 꿋꿋이 ‘최고’ 위해 달려


정 씨는 어릴 때부터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런 그가 4년 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본 폴댄스에 매료돼 봉을 잡게 됐다. 당연히 반대도 많았다. 지금이야 ‘폴댄스’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지만, 폴댄스보다 ‘봉춤’이 더 친숙했던 당시에는 야하고 선정적인 춤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지금의 남편도 다 반대했어요. 왜 그런 춤을 추고 싶냐는 거죠. 그래서 폴댄스에 대한 설명을 정말 많이 했어요. 운동과 예술이 결합한 종목으로서 폴댄스의 장점과 매력을 계속 말했죠. 남편을 설득하는 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정 씨는 폴댄스가 유연성, 근력, 균형 등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봉과 피부 마찰력을 이용해 버티는 동작이 많은 운동 특성상 안전을 위해서라도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피부와 봉이 닿아야만 안정적으로 기술을 선보일 수 있기에 근육통과 멍은 기본이며 허리 부상과 마찰에 의한 화상이 생길 때도 있다. 정 씨는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한 동작을 완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계속 봉을 타게 한다며 웃었다.


“폴댄스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했어요. 그때도 봉을 빨리 타고 싶어 4개월 정도 지나 복귀했죠. 시부모님이 도와주신 덕에 폴댄스로 몸을 풀 수 있었고 부산, 서울 등에서 열리는 대회도 출전해 좋은 결과를 얻었죠. 덕분에 세계 대회까지 나갈 수 있었고요”


양산이 고향인 정 씨는 현재 동면에서 AJ폴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폴댄스 선수를 양성하는 것으로, 대회 규격인 4m 높이 고정폴과 스피닝폴을 설치했다. 지방에서 전문 수업을 들으려면 수도권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좋은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문을 열었다.


“저도 처음에 배울 곳이 없어서 기본만 학원에서 익히고 혼자 외국 선수들 영상을 보며 동작을 익혔어요. 지금에야 폴댄스가 알려져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 전문 스튜디오가 많지만, 지방에 있는 선수들은 거기까지 가는 것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양산에서도 전문 폴댄스를 배울 수 있고 여기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 씨는 처음 폴댄스를 시작할 때 목표가 ‘최고’였듯, 앞으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많은 사람이 폴댄스를 왜곡된 시선이 아닌, 하나의 스포츠로 바라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습할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니라 스포츠, 예술로 받아들여 줬으면 해요. 저 역시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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