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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충남 천안이 고향인데, 시골이었죠. 시골에서 그런 악기를 배웠다는 게 인연인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연주하지도 못한 곡에 친구며 부모님들이며 손뼉을 쳐줬다고요. 그래서 지금 다시 잡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중학생 때도 조금씩 불긴 했지만, 때로는 공부에 밀리고 때로는 일에 밀려서 하모니카는 류 씨와 다시 멀어졌다. 대학 대신 부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류 씨는 흔한 취미 하나 없이 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36년, 성실하게 해왔던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4년 정년퇴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봤지만 뭘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퇴직한 친구들, 선배들도 만나서 고민을 나눠도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솔직히 막막했어요. 골프 이런 건 저와 맞지도 않고 악기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해서 풍물놀이도 배워보려 했죠. 하지만 딱 이거다 하는 게 없었어요. 그때 생각난 게 하모니카였죠”
류 씨는 50여년 만에 다시 만난 하모니카를 배워보려 애를 썼다. 서점에 가 하모니카 교본을 사 혼자 불어도 보고, 학원도 가봤지만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만난 사람이 바로 박기국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장이었다.
■ 지도받아 하모니카 실력 키워
양산에서 재능기부로 다시 전파
박 회장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모니카를 잘 가르치기로 부산, 경남지역에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런 박 회장에게 류 씨가 직접 찾아가 지도를 요청했다. 자신의 연주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기술적으로 부족한 건 없는지 1년 정도 가르침을 받았다.
“나이가 저보다 어려도 제게는 스승님입니다. 선생님께 배우고 2015년 7월 말에 ‘제3회 국제하모니카 페스티벌’에 출전했고 복음독주 노년부 장려상을 받게 됐죠. 또 부산시민하모니카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단체 출전해 대합주 노년부 1위를 수상했어요. 인정을 받으니 더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류 씨는 양산에는 왜 이런 단체가 없을까 아쉬웠다. 서울, 대구, 부산, 진주 등 많은 지역에 시니어 하모니카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양산에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박 회장님이 제게 제안하더라고요. 양산에 국제하모니카협회 지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처음엔 거절했지만, 고민해보니 나쁠 건 없겠다 싶었어요. 분명 배우고 싶은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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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 있는 연주자 양성해
양산시민오케스트라 구성이 목표
한국국제하모니카협회 양산지부가 설립된 지 이제 5개월이지만, 배우려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고 있다. 대부분이 50대 이상 어르신들로, 하모니카에 대한 추억에 류 씨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릴 때 좋아하던 오빠가 하모니카를 불던 모습, 혹은 할아버지가 불러줬던 하모니카 소리를 기억하고 오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50대 후반부터 많게는 76세 어르신도 배우고 있죠”
중부동 주공4단지 상가에 자리 잡은 지부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문을 연다. 수업은 오전, 오후 각 2시간 정도 이뤄지지만, 배우는 분들의 의지가 강해 오전 8시부터 지부 문을 연다고 말했다.
류 씨는 다들 호기심에 이곳을 찾아왔지만, 막상 배우는 것에는 겁을 낸다고 했다. ‘내 나이가 이런데 괜찮을까요?’, ‘혼자 해봐도 잘 안 되던데 잘 배울 수 있을까요?’ 물을 때마다 류 씨는 지금이야말로 청춘이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하모니카는 들숨, 날숨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어르신들 호흡기 계통에 상당히 좋은 활동입니다. 저도 그랬지만, 이 나이 어르신들은 새로 뭔가를 배웠을 때, 그리고 그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삶에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지 모릅니다. 배우는 분들이 좋은 소리를 내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