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다섯 가지 마음 닦는 법: 인연관(因..
오피니언

[슬기로운 명상생활] 다섯 가지 마음 닦는 법: 인연관(因緣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5/25 11:16 수정 2021.05.25 11:16

↑↑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 양산시민신문

시대적으로 초기 불교에서 원불교에 이르기까지, 지역적으로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모든 불교 사상의 기반에는 ‘연기’(緣起)라는 것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이해하면 불법(佛法)을 이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연기론은 불교의 핵심사상인 동시에 불법이 다른 종교나 사상과 차별돼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연기란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저것이 생긴다(此起故彼起).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저것이 사라진다(此滅故彼滅)”고 설한 붓다의 설법에 기원한다. 이 우주의 모든 존재는 단일하게 성립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나 조건에 의지해서 생기는 것이고, 이것이 사라지면 대상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의미로 인연생기(因緣生起)라 부르고 이를 다시 줄여 ‘연기’(緣起)라고 옮기게 된다.

이 연기론을 통해 선한 인(善因)을 심으면 선한 과보(善果)를 받고, 악한 인(惡因)을 심으면 악한 과보(惡果)를 받는 인과론도 성립할 수가 있으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된 상즉상입(相卽相入)의 관계 속에서 생멸을 거듭한다는 불교의 핵심 교의(敎義)가 성립된다.

이 연기론은 붓다가 설한 십이연기를 시작으로 불교 교리가 발전하면서 업감연기(業感緣起), 유식(唯識) 사상의 아뢰야연기(阿賴耶緣起), 후기 대승불교의 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화엄(華嚴) 사상의 법계연기(法界緣起), 밀교의 육대연기(六大緣起) 등으로 발전했으며 원불교에 이르러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묶어진 사은(四恩) 사상으로 창조적으로 계승된다. 즉, 원불교 관점에서 나의 자아(ego)란 독립 자존한 존재가 아닌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으로 구성된 공물(公物)로 서로 중첩돼 일원(一圓) 즉 사은(四恩), 사은 즉 삼라만상(森羅萬象)으로 중중무진(重重無盡)의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인연관(因緣觀)은 이 연기의 통찰을 통해 어리석음의 성향(癡心)이 있는 사람이 지혜를 기를 수 있도록 이끄는 명상이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시비이해(是非利害)와 우주의 본체와 세상 만물이 각각 그대로 존재함과 춘하추동으로 변화하는 자연과 생로병사로 일어나는 생사의 모든 변화를 관찰해 사리 간에 지혜를 얻는 것을 인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원불교의 정산종사께서는 “하루살이는 하루만 보고 버마재비는 한 달만 보므로 하루살이는 한 달을 모르고 버마재비는 일 년을 모르는 것같이, 범부는 일생만 보므로 영생을 모르나 불보살들은 능히 영생을 보시므로 가장 긴 계획을 세우시고 가장 근본이 되는 일에 힘쓰시느니라”(정산종사법어 무본편 44장)고 법문하셨다. 이 말씀은 불보살과 같은 성인은 인연을 관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통찰할 수 있기 때문에 참 나인 무아(無我)를 체득해 영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말씀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