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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의회(의장 임정섭)가 시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없던 일’로 철회했다. 조사 대상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안 된다는 이유인데,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또다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산시의회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는 의원들 간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아 미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3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양산시의원의 불법 투기가 있을 경우 이를 밝혀내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내용의 건의서를 임정섭 의장에게 제출했다. 이에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동의하면서 임 의장과 양당 대표자들은 조사단 구성을 포함해 조사 대상과 내용, 방식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두고 양당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임 의장은 지난달 2일 조사를 일단 보류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합의될 때까지 보류일 뿐 무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두 달여 만에 결국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는 없던 일이 됐다.
임 의장은 “의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할 경우, 향후 더 큰 논란으로 내홍이 깊어져 의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 같아 불가피하게 미시행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시민에게 큰 실망을 드리게 돼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 임정섭 의장과 양당 대표자들이 부동산 거래 조사 대상과 내용,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법인 포함 여부를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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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걸림돌은 조사 대상이었다. 민주당은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주식 지분과 상관없이 법인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인까지 포함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임 의장이 50% 이상 지분 보유 법인을 대상으로 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당은 앞다퉈 입장 표명에 나섰다.
31일 민주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 포함은 물론 전ㆍ현직 선출직 공직자까지 포함하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찔끔 조사는 시민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라며 “공직자, 공직자의 직계가족이 일정 비율의 지분을 소지한 법인을 조사 대상에 넣고, 일정 기간 전ㆍ현직 선출직 공직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양산시 감사담당관실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조사를 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인은 한 개인의 자산이 아니기에 법인 부동산 거래 내용까지 공개한다는 것은 타인의 권리 침해”라며 “때문에 법인 불포함에 과반수 의원 의견을 모았음에도 정쟁으로 시간만 보내다 무산시킨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국민의힘 의원만이라도 조사에 착수해 달라고 양산시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속한 전수조사를 수차례 촉구해 왔던 정의당 양산시위원회는 “몇 달 동안 끌어왔던 전수조사를 결국 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신랄하게 논평했다.
한 시민은 “지난해 상임위 구성을 놓고 여야 간 수개월 동안 진흙탕 싸움을 벌여 큰 실망을 안겨주더니, 이번에는 자신들이 스스로 하겠다고 선언한 조사를 또 마음대로 파토 낸 꼴”이라며 “시민의 눈과 귀는 안중에도 없고 정쟁만으로 일관하는 의원들의 모습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