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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수승화강(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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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수승화강(下)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1/06/22 11:33 수정 2021.06.22 11:33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현대인들은 일상에서 두뇌를 많이 쓰게 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들에 의해 임맥이 막히고, 기의 정상적인 흐름이 역전돼 화기가 머리 위로 치솟게 된다. 이렇게 수승화강이 깨지게 되면 입술이 마르고 손발이 차며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감을 느끼거나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결리며 항상 피곤하고 소화가 안 되는 일이 생긴다.

수승화강이 잘 되지 않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정전』 좌선법, ‘단전주의 필요’에서는 “마음을 머리나 외경에 주한즉 생각이 동하고 기운이 올라 안정이 잘 되지 아니하고, 마음을 단전에 주한즉 생각이 잘 동하지 아니하고 기운도 잘 내리게 되어 안정을 쉽게 얻느니라”고 설명한다.

명상을 위해서는 감정과 섭생을 조절해야 한다. 이것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삼독(三毒)이 발생한다. 벌컥 화가 난다거나 감정조절이 안 되면 화기가 위로 치솟는다. 가슴의 명치 부근에 해당하는 구미혈에는 이렇게 적체된 감정적 문제가 울화(鬱火)로 횡격막 위쪽에 쌓여있다. 이것을 화독(火毒)이라고 한다.

윗배에서 배꼽 부위인 신궐 부근에는 쌓여있는 울화로 인해 순환되지 못한 수기(水氣)가 차갑게 뭉쳐있다. 이것을 한독(寒毒)이라고 한다. 손으로 만져보면 이 부분이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 때문이다. 이 화독과 한독 사이에 과식이나 그릇된 식생활 등으로 인해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여 모인 습독(濕毒)이 쌓여있다. 이것이 해소돼야 울화가 풀려 화기가 아래로 흐르고 수기가 위로 오르게 된다. 간혹 의념(생각)으로만 단전을 의식하다가 몸에 열기가 퍼지는 느낌을 받아 이것으로 수승화강이 잘 된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고여 있는 화독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삼독을 풀고 수승화강을 통해 단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앉아서 명상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절 수행, 기공, 요가 등으로 몸을 열고 공(功)을 쌓아야 한다.

많은 명상가가 자신의 좌선 공부의 척도를 수승화강 등의 특별한 현상에서 찾는다. 이것을 못 느끼면 수행이 안 되는 것이라고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러나 수승화강을 비롯한 현상들은 선이 잘 됐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반응일 뿐이지 수행의 목적은 아니다. 임맥, 독맥 등의 개념과 수기, 화기 등의 상징은 실제가 아니다. 수승화강은 자유로운 삶을 향한 목적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에 불과할 뿐이며 명상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유한한 기운을 단전에 기르는 것보다는 명상을 통해 자유롭고 무한한 ‘마음 기틀(원불교 『대종경』 교의품 24장, 수행품 37장)을 쌓는(築機) 것’을 공부의 표준으로 잡아야 한다. 생각에만 의지한 ‘축기’(蓄氣)는 사용량을 다하면 수명이 끝나는 형상이 있는 건전지와 같다면 영육쌍전을 통해 축기(築機)된 형상 없이 무한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마음 기틀’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되면 사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 또는 웹하드와 같은 무량한 우주의 저장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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