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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단전이란 무엇인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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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단전이란 무엇인가(중)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1/07/13 09:41 수정 2021.07.13 09:41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단전은 실존하지 않는 기관이다. 신체를 엑스레이로 촬영해도, 해부를 해봐도 확인할 수 없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단전으로 명상을 수련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전은 원리적으로 볼 때 집중하면 알아차릴 수 있고, 놓으면 사라져 버리는 인간의 심리 현상을 가장 쉽게 발견하고 체득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신체 부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기해’니 ‘관원’이니 어느 특정한 위치가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기존의 ‘단전호흡법’으로 명상을 하게 되면 자칫 단전이라는 그 대상 자체에 집착이 생길 수 있고 신비한 현상을 구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금강경』에는 “무릇 형상 있는 바가 다 이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는 석가모니와 제자 수보리의 대화가 기록돼 있다. 그러므로 원불교에서는 단전은 단지 현상으로만 작용하는 기관으로 보고, 단전에 지속적으로 마음을 주시하는 ‘단전주(丹田住) 수행’을 닦게 한다. 이는 비유하자면 궁수가 고정된 과녁에 대해 꾸준한 활쏘기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고정된 과녁에 대한 연습이 완전히 숙달된 뒤에야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사냥감을 쏘거나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쯤 돼야 때를 가리지 않고 선을 닦을 수 있는 ‘무시선’(無時禪)의 첫 단계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근래에 선종 각파에서 선의 방법을 가지고 서로 시비를 말하고 있으나, 나는 그 가운데 단전주(丹田住) 법을 취하여 수양하는 시간에는 온전히 수양만 하고 화두 연마는 적당한 기회에 가끔 한 번씩 하라 하노니, 의두 깨치는 방법이 침울한 생각으로 오래 생각하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요, 명랑한 정신으로 기틀을 따라 연마하는 것이 그 힘이 도리어 더 우월한 까닭”(『대종경』 수행품 14장)이라고 하셨다. 재래의 간화선과 같이 일어나지 않는 화두에 대한 맹목적인 의심으로 인해 불기운이 위로 올라 발생하는 상기병이라는 부작용을 단전주를 통해 극복하고 직관적인 알아차림의 힘으로 의두 성리에 대한 전인적 통찰이 이루게 하는 것이다.

과거 도교의 단전호흡은 불로장생(不老長生)과 불사(不死)를 위한 인간의 근본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련체계가 구축돼 왔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첨단의료기술로 불로장생과 불사를 대체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기술로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비한 체험과 외부 에너지의 축적을 강조하는 ‘기단(氣丹) 중심의 단전호흡’이 아니라 단전에 마음을 챙기도록 하는 ‘심단(心丹) 중심의 단전주선(단전 마음챙김)’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생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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