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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수첩] 길거리 문화, 소음과 음악사이..
오피니언

[기자수첩] 길거리 문화, 소음과 음악사이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입력 2007/08/14 00:00 수정 2009.02.18 11:41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일까. 저녁이면 종합운동장과 아파트 단지 주변 공원은 산책을 하고, 인라인을 타거나 테니스를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요즘엔 공원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음악동호회도 생겨나 한 여름 밤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런 문화예술단체들의 길거리 공연을 환영하는 눈치다. 왜 이제야 이렇게 공연을 하냐며 앞으로 자주 공원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가는 시민도 있다.

그런데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면 남부공원에서 연주회를 갖던 한 동호회가 최근 종합운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운동장도 좋은 공연장소이나 이전에 하던 남부공원에서 시민들 반응이 워낙 좋았던 지라 갑작스런 장소변경이 의외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 주민이 민원신고를 했기 때문이란다.

연주회 중간에 한 주민이 '수험생 아들이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된다'며 공연을 멈출 것을 요구하며 시청직원까지 대동하고 와 아쉽게 연주회가 무산됐다. 그 덕에 연주회를 즐기던 90여명 남짓한 아파트 주민들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눈여겨 볼 것은 그 아파트 주민이 이 동호회 클럽에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것이다. 항의를 했던 사람을 대신해 사과를 한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연주를 원하고 있고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꼭 다시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동호회 측에서는 부녀회를 통해서 연락을 하면 다시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했으나 또다시 민원으로 연주회가 중단될까 싶어 장소를 이전했다.

문제가 된 아파트는 일전에도 농구공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농구장에 폐유를 붓고, 눈이 부시다며 가로등 전선을 끊은 적이 있다. 물론 일부 주민의 소행이기에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집 주위에 좋은 공원시설이 있으면 예술체육문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배려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길거리 문화가 활발해 질수록 그 도시의 문화수준이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각박한 인생살이 속에서 아주 잠깐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도 좋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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