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화해도 정신적인 공허감을 채우지 못하면 삶이 풍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문화공연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예술회관은 지역 문화예술의 자양분이며 목마른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올해로 6년째로 접어드는 양산문화예술회관은 그간 양산 문화예술의 자양분으로 제 역할을 해 왔는가. 지난 한해 동안 예술회관의 실적을 돌아보고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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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만8천여명 관람예술회관은 매년 총 4억 원의 운영비로 정부지원 3편과 시비지원 17편의 기획공연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획공연은 총 19회로 음악, 연극, 관현악, 뮤지컬, 명화, 발레, 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소개됐다. 이 중 삽량문화축전 기간에 공연된 동춘곡예단 ‘동방의 신기’가 1만1천명으로 가장 많은 관객에게 선택받았고, 1천600여명이 퍼포먼스 ‘점프’를 관람했다. 그 외에도 양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니버셜발레단의 ‘백조의호수’가 1천3백여명, ‘피카소, 로뎅과 떠나는 유럽미술여행 전시회’가 3주 동안 2천4백여명의 관객과 함께 하는 등 지난 한해 동안 3만8천300여명의 시민들이 예술회관을 찾았다. 시민들이 이처럼 기획공연을 자주 찾는 이유는 타시도에 비해 높은 공연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예술회관은 전국문예회관 진흥기금을 받아 시민들의 문화수준에 맞는 저렴한 가격을 선보여 왔다. ‘장사익 소리판’과 ‘임동민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양산과 부산에서 공연됐는데 입장료 차이가 3만원을 웃돌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근 부산과 울산에서 오히려 양산문화예술회관을 찾을 정도. 예술회관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김영희 씨는 “백조의 호수와 집시바이올린, 임동민 피아노 독주회 등 5편의 다양한 공연으로 올 한 해를 행복하게 보냈다”며 “그 행복감에 비해 지불한 돈은 9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부산과 울산, 창원만 하더라도 이 5편을 다 보려면 15만원을 훨씬 넘게 지출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는 올해에도 역시 시민들에게 다양한 기획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 한달 동안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 달 안에 상반기 기획공연을 선정할 예정이다. 시민에게 친숙한 장소로
한 해 대관횟수 225회예술회관에서 연중 내내 수도권이나 타시도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우수한 작품만 선보인다면 지역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예술회관이 가진 역할 중 하나가 쉽게 접하지 못한 다양한 공연을 시민에게 선보이는 것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을 소개해 지역문화예술이 꽃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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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야외영화 예술회관 담당 직원들은 올 한해 최고의 성과로 ‘한 여름 밤의 야외영화 상영’을 꼽았다. 제자리에 서있는 예술회관에 머물지 않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시작한 야외영화상영이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재미난 영화로 날려버리고자 매년 7월부터 8월까지 회관 앞 광장에서 진행하던 야외영화상영 장소를 실내체육관과 남부공원, 웅상으로 확대하면서 총 8천700명의 시민이 관람을 했다. 애초에는 코미디 영화 6편을 상영할 예정이었지만 첫 상영에서 800명의 시민들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좋아 9월초까지 기간을 연장해 총 20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자주 찾는 양산천 앞 남부공원과 실내체육관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는 1회 상영에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형아(42, 중부동)씨는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야외영화 상영을 찾았는데 가족끼리 돗자리를 펴고 야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우천으로 취소된 경우를 빼고는 항상 아이들 손을 잡고 야외영화를 봤다.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외영화상영이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은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겪어야 할 시민들의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구 23만 도시가 무색할 만큼 양산에는 제대로 된 문화공간이 없다.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근 부산과 울산, 창원의 젊은 세대들을 많이 흡수했지만 영화관조차 없어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부산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코메디 영화를 자막까지 제공한 야외영화 상영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동안 거리상의 이유로 양산시 문화정책에서 소외된 웅상 지역에서도 야외영화를 상영해 웅상 주민들의 서러움도 달랬다는 평이다. 시는 이런 호응에 힘입어 올해에는 하북면과 원동면 등 그동안 문화공연에서 소외된 각 읍·면·동 별로 찾아가는 야외영화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첫 시도 토요상설무대
더 나은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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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만의 색깔 담아내야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기반으로 자리 잡고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양산문화예술회관. 문화공간이라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걸어온 5년 동안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문화도시 양산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와 시민, 지역 예술계가 손을 맞잡고 양산만의 색깔을 담아낸 예술회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 예술회관 운영인력은 현재 8명으로 경남 및 인근 부산지역 문예회관 중 가장 적은 숫자다. 김해문화의 전당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획공연 선정, 홍보, 대관, 음향, 조명까지 모두 담당하기에는 8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술회관 운영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더 나아가서는 민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역 예술인계 인사들은 말한다. 시민들은 쾌적한 공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본적인 관람예절을 지키며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스타위주의 인기작에만 관심을 가지기 보단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예술단체 역시 수년간 반복한 레파토리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더 이상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