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박아무개 어르신은 햇볕이 좋은 날이면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양산으로 와 양산천 산책로를 찾아 쑥을 캐기에 바쁘다.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쑥이 양산에는 지천으로 곳곳에 있어 쑥 캐기 원정을 오는 것이다. 지난 18일 양산선 개통 100일을 맞아 변화된 양산의 모습이다.
명실상부한 동일 생활권
올해부터 부산 화명동과 덕천동은 물론 서면 일대 사설학원에는 양산지역 중·고등학생이 부쩍 늘었다.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부산을 찾는 시민의 연령대도 젊은층에서 중장년층까지 폭넓어졌다. 특히 운전을 하지 못 해 부산까지 이동이 어려웠던 주부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유명 백화점 쇼핑과 영화 관람을 위해 부산을 찾고 있다.
반면, 양산을 찾는 부산 시민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양산의 자연환경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많다. 양산역과 연결돼 있는 양산천에는 쑥을 캐거나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이 많은데 열에 아홉은 부산 시민이다. 지난해 말 개장한 에덴밸리 스키장과 골프장을 이용하거나 통도사, 내원사 등 고찰을 비롯해 영취산, 신불산을 가기 위해 양산을 찾는 부산시민도 꾸준히 늘고 있다.
상권ㆍ대중교통 희비 엇갈려
양산시민의 부산 유입이 빠르게 이뤄지자 부산의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는 양산 시민 대상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반면 지역 소상공인들은 부산 대형 상권에 손님들을 뺏기는 입장이어서 양산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양산선 개통 시기에 맞춰 시내버스 연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새롭게 생긴 모습도 있다.
현재 양산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는 3차례 노선조정을 걸쳐 21개 노선 44대로 총 241회를 운행한다. 하지만 구도심과 연계는 여전히 부족해 자전거를 타고 양산역까지 온 뒤 지하철을 이용해 부산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또 신도시 지역에서 단거리 택시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늘면서 양산역 주위에는 자전거와 택시가 즐비하다.
반면 시내버스업체는 지하철과 겹치는 노선에서 적자가 발생해 해당 노선을 감축,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어 또 다른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부산-양산 ‘윈윈 전략’ 필요
현재 양산선 하루 이용 승객은 5천600여명으로 부산교통공사가 애초 예측한 수치의 3배에 달한다. 양산시민들은 승객이 늘어난 만큼 출근 시간 9분30초, 비출근시간 19분 30초인 배차간격을 좁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공사 측은 묵묵부답이다. 부산이 양산시민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보면서도 정작 양산시민들의 편의보다 부산 중심의 운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노포동에서 양산역까지 이어지는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과 양산선을 북정까지 연장하는 노선이 검토 중이다. 또한 노포동에서 웅상지역으로 이어지는 도시철도 역시 이명박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양산선에 이어 본격적인 도시철도 시대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양산선 개통 100일에서 보듯이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양산선이 부산~양산을 잇는 광역교통망을 연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듯이 실질적인 순환노선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다른 노선의 추진도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불편을 겪고 있는 양산선의 배차간격 조정과 순환버스노선의 확충 등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이른 바 ‘빨대 효과’로 인해 무너져 가는 양산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순환 도시철도 구간이 완성될 경우 부산 생활권 편입이 가속화돼 양산지역 상권의 위축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산의 문화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양산선과 연계하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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