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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애 있는 죄로 공연장 못 갑니다”
장애인의 날..
기획/특집

“장애 있는 죄로 공연장 못 갑니다”
장애인의 날 기획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228호 입력 2008/04/22 11:54 수정 2008.04.22 11:45
생색내기 장애인 편의 시설, 전시행정용 예술회관
말로만 ‘시민화합’, 장애인 배제한 지역 문화 정책

조원정 vega576@ysnews.co.kr



지난 11일 7년이란 긴 산고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 가진 주체’로 인정해달라는 장애인의 요구가 법률로 제정됐지만 실생활에서 효력을 발휘하기엔 갈 길이 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 6가지 영역 중 특히 문화ㆍ예술 영역은 ‘장애인이 무슨 문화생활?’이란 시각으로 방치돼 왔다.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장애인 문화권이 양산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 장애인은 지역문화에서 철저히 소외된 계층이다. 봄을 맞아 각종 문화행사가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유채꽃 축제는 장애인 출입로가 마련되지 않은 양산천에서 열렸다.(사진 위쪽은 양산천에 설치된 가파른 계단 모습.) 한편 장애인조차 보행권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사진 아래쪽은 남부시장 앞 거리를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의 모습.)
ⓒ 양산시민신문



보고 싶은 공연과 축제가 있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어쩌면 한 번도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 질문이다. 지금까지 장애인은 보호받고 격리돼야 할 존재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 역시 우리와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양산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시급한 해결과제로 ‘문화시설 확충’이 손꼽혀 왔다. 비장애인조차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양산의 문화 현실은 장애인에게는 이른 바 ‘사치’일 수밖에 없다. 비장애인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문화 기회를 장애인을 위해 배려한다는 사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생소하기 때문이다.

23만 양산시민 가운데 등록된 장애인 수만해도 9천여명(2월말 기준). 그들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이야말로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이라며 함께 하길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문화·예술 활동의 차별금지)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문화·예술사업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함에 있어서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특정한 행동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되며, 장애라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교묘하게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를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산시 문화정책에서 장애인은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



#예술회관, 장애인석 8석 불과


양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문화예술회관은 해마다 다양한 기획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다가가기엔 아직 그 벽이 높은 편이다.

예술회관 대공연장은 834석으로 이 중 장애인석은 8석으로 전체 좌석 수의 1%에 해당한다. 좌석 맨 뒷줄 통로 가까이에 마련된 장애인석은 휠체어 8대가 위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같이 동반한 동반자는 서서 보거나 장애인석 바로 앞줄에 따로 앉아서 봐야 한다.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고 동반자와 함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체장애인의 경우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공연을 관람할 수 도 있지만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처음부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배제돼 있다. 기획공연을 할 때 수화통역사가 따로 배치되지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책자가 제작되지 않아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공연장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지하1층 전시장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이동권은 보장하고 있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는데 그치고 있다.



#지역문화에서 소외된 장애인

주민생활의 질을 높이고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각 주민센터와 문화의 집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양산시민인 장애인의 권리는 배려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예, 컴퓨터, 요가 등 각종 문화·체육 강좌들이 열리는 주민센터 대부분 2층에 위치해 있거나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어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왠만한 용기없이는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또한 장애인이 주변의 도움을 얻어 주민센터를 이용한다고 해도 장애인에게 강습할 수 있는 전문강사, 수화통역사 등 필요 인력은 처음부터 확보의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되는 각종 지역축제 역시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시민화합한마당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시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9일 시작한 유채꽃 축제는 양산천변을 가득 메운 유채꽃 행렬과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있어 많은 시민이 양산천을 찾고 있다. 하지만 유채꽃밭으로 내려가는 길이 모두 가파른 계단이나 경사로여서 장애인은 행사장을 찾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화려한 불꽃과 함께 시작된 본 행사에도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이나 점자안내책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양산의 가장 큰 축제인 양산삽량문화축전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화합’을 내건 축제의 처음에서 끝까지 장애인은 ‘화합 저 편’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은 “장애인이 무슨?”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자유로운 문화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는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손만수 감사는 “지금까지 장애인은 장애인단체에서 준비하는 행사 외에는 주체로 참여해보지 못했다”며 “모든 문화행사에서 장애인은 객체도 아닌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장애인도 똑같이 세금을 내고 양산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장애인과 함께 예술회관에서 공연을 볼 수 있고, 축제에 참여하고 주민센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예비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진정한 ‘화합’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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