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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소리 없는 세상에서 따낸 값진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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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세상에서 따낸 값진 메달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240호 입력 2008/07/15 16:33 수정 2008.07.15 01:50
장애인기능경기대회서 농아인협회 회원

김덕기·홍연용 금, 우은정 은상 수상

↑↑ 장애인기능대회 결과 발표 후 김덕기(왼쪽) 씨와 홍연용(오른쪽) 씨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히 웃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창원에서 열린 경남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양산시농아인협회 회원들이 참가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돌아왔다.

CNC선반, 전자기기, 컴퓨터프로그래밍 등 23개 직종에 136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능을 겨룬 이번 대회에서 홍연용 씨가 나전칠기 부문 금상, 김덕기 씨가 시범종목 3D제품디자인 부문 금상을 차지했고, 우은정 씨가 화훼장식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것.

특히 김덕기 씨는 대회 첫 출전에 금상을 차지해 수상의 기쁨을 더했다.

홍연용(49) 씨는 17세부터 나전칠기를 배워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 기능인이다. 5년 전부터 기능대회 출전을 준비해왔지만 나전칠기 출전자가 없어 그동안 대회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고.

대신 부산시 가구도장대회에 출전해 나전칠기로 2위를 기록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다린 결과 이번 대회에 출전, 금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상을 수상하기까진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홍 씨는 말했다.

“IMF를 지나면서 나전칠기 공장이 줄도산을 해 일자리를 잃고 붕어빵 장사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2개월 간 대회준비를 하면서 생업까지 포기하고 매달렸어요. 재료비도 만만치 않아 끼니까지 거르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금상 수상이 더욱 값집니다”

끝으로 홍 씨는 기능경기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겨뤄 청각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우스 모양의 연필깍기 디자인으로 대회 첫 출전에 금상을 차지한 김덕기(50) 씨는 신발디자인 개발 전문가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도맡았던 실력파다.

디자인 관련 업무를 계속 해오다 2005년에 신발관련 회사를 창립한 김 씨는 일본과 부산에서 신발디자인 전시회를 열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김 씨의 실력은 글로벌회사 중 신발수출 1위 업체인 제이슨상사로부터 러브콜을 가져왔고, 두바이 프로젝트 사업에 착수하기까지 이른다.

농아인이라서 사업에 제약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에 김 씨는 ‘필담’이 있지 않냐며 환히 웃어 보였다. 하지만 두바이 현지 사정으로 인해 계약이 취소돼 현재는 디자인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큰 대회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다시 일어설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다시 수출회사를 창업하고 좋은 투자처를 찾아 날개를 활짝 펴고 싶습니다”

김 씨는 양산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인만큼 장애인사업지원조례를 제정해 장애인에게도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힘차게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은 올 9월에 열리는 전국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한 번 더 실력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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