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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회색도시 양산, 문화감성으로 색칠하라]①양산문화예술회관, 무엇이 문제인가
문화예술회관, 껍데기는 가라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입력 2008/11/04 10:39 수정 2008.11.14 09:55
문화감성 키우는 예술교육 전무

운영체제로 변화 모색하는 길 뿐

‘굴뚝산업’ 양산이 ‘문화감성’ 양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양산은 도심 곳곳이 진행 중인 공사로 볼썽사납게 파헤쳐져 있는 삭막한 ‘회색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이 회색양산에 색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싹을 틔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단을 설립해 현 문화예술회관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는 것에 이어 3천석 규모의 시민회관을 건립하려는 시의 계획이 속속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단운영은 전문성 확보라는 목표가 운영 효율성에 묻힐 가능성이 크고, 3천석 시민회관은 시 규모에 맞지 않는 거대공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문화감성을 되찾아 잃어버린 양산의 색을 채우기 위한 ‘문화감성 프로젝트’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운영과 프로그램, 시민과의 교감, 삼박자가 필수적이다. 현 예술회관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문화감성을 채우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교훈들을 살펴보자.



특별취재팀
조원정 기자 / vega576@
이현희 기자 / newslee@


① 양산문화예술회관, 무엇이 문제인가
② 전문성 무장만이 살길이다 - 의정부예술의전당
③ 관객의 심(心)을 사로잡아라! - 김해문화의전당
③ 연극의 일상화 속으로 빠져보자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⑤ 지역민이 바로 공연전문가 - 일본 세타가야 공공극장
⑥ 예술회관, 양산의 새로운 희망으로


ⓒ 양산시민신문

23만 양산시민의 문화욕구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시설인 양산문화예술회관(이하 예술회관). 2002년 시민들의 많은 기대 속에 문을 열었지만, 시민의 문화 향수권을 보장하는 곳이기보단 ‘공연장’으로 전락한 상태다.

2000년 문화관광부의 ‘1시·군 1문예회관’정책에 따라 총 18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된 예술회관은 양산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공공극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다.

개관 당시보다 각종 공연이 올라가는 횟수는 괄목할 만큼 늘었으나, 지역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며 시민과 교감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은 전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이란 지역 문화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예, 손 글씨 배우기 등의 취미교양강좌가 아니라, 예술 감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연극교실, 영상제작강좌, 무대 음향·조명장비 체험, 지역 전설로 공연제작하기 등 시민들이 행위자로 직접 참여해 생산까지 하는 예술의 전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이런 예술교육은 문화예술을 나와 다른 타인의 행위 예술로 인식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친근하고 쉬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예술회관은 문화예술교육 운영 계획이 전무하니 양산 문화정책이 표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관 전년 비해 100회 늘어
찾아가는 야외극장 큰 호응


극장 운용률만 놓고 본다면 예술회관은 비교적 운영이 잘되고 있다.
개관 당시 100회를 채우지 못한 운영실적에 비해, 지난해에는 대관 225회, 기획공연 19회, 야외무대상설공연 21회, 야외영화상영 20회 등 총 225회를 기록해 10만3천명의 관객이 예술회관을 찾았다.

올해는 현재(9월 30일)까지 대관 329회, 기획공연 15회, 야외무대상설공연 14회, 야외영화상영 78회, 기타 55회 등 총 491회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시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 시행해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야외영화상영을 올해 ‘가족사랑야외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영 횟수를 세 배 가까이 늘렸다. 상영장소도 원동, 상·하북면 등 문화혜택에서 소외된 곳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바꿔 큰 호응을 받았다. 기획공연 역시 클래식 ‘정명화, 김선욱 듀오 콘서트’, 뮤지컬 ‘지하철1호선’, 국악 ‘김영임 효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7회 진행했다.
↑↑ 교사극단 <동태>의 두번째 정기공연이 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자생단체의 연극공연을 소화하기엔 8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150석 규모의 소공연장 보다는 300석 규모의 중극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양산시민신문


운영체제 바뀌지 않는 한
변화 모색 힘든 것이 사실


이렇게 높아져 가는 문화욕구에 비해 개관 7년을 맞은 예술회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만 가고 있다. 각종 시 정책에서 순위가 뒤로 밀려 다양한 문화시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 직영 체제인 예술회관의 운영인력은 기획공연 선정, 홍보, 대관, 음향, 조명 담당까지 모두 포함해 8명이었다. 그마저도 도서관부서와 통폐합돼 시설관리계로 변경, 실질적인 회관담당은 6명에 불과하다.

저녁과 주말에 집중된 예술회관 업무 특성과 순환업무인 공무원 조직체계가 맞물리면서 예술회관은 공공연한 기피부서가 되고 말았다. 과도한 업무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과 이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동료직원의 관심과 이해 부족 등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임자가 문화적 마인드를 갖추지 않는 이상 어떤 변화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술회관에서 힘겹게 유치한 기획공연을 비롯해 각종 지역 문화예술공연을 끝까지 관람하는 여론 주도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시의 수장을 비롯해 대부분 인사가 공연 시작 전 얼굴을 비출 뿐 무대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 엉덩이를 붙이지 못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다른 이에게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듯, 문화적 경험이 짧은 사람이 문화공연의 중요성과 필요성, 즐거움을 시민에게 제공할리 만무하다는 것이 문화계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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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석 시민회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외형 채울 내실 중요, 문화예술의 산실 돼야

대공연장이 834석에 불과한 현 예술회관에 갈증을 느낀 시가 추진하고 나선 3천석 시민회관이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될 지, 대규모회관이 될지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동면 금산리 수질정화공연 인근 4만㎡ 부지에 대공연장 3천석 규모의 시민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나선 시가, 지난달 22일 타당성 용역을 위한 입찰에 들어갔다. 업체 선정 후 용역결과가 나오려면 내년 4월은 돼야 하지만 벌써 용역결과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치가 높다.

현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많은 기대 속에 지난해 개관한 웅상문화체육센터가 애초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문화예술회관은 834석에 불과한 대공연장과 발표회장 대신으로 사용되는 169석의 소공연장을 최대로 활용해 문화공연상영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웅상문화체육센터 역시 문화가 빠진 스포츠센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 건립되는 시민회관은 양산 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로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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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운영사례 이렇게 선정했습니다

현 양산문화예술회관과 새 시민회관 운영방향에 길을 제시하고자 본지가 선택한 4곳의 공공극장 선택기준을 밝힌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2008 전국문예회관 우수운영 사례발표 대회’에서 ‘운영혁신부문’과 ‘참여마케팅부문’, ‘프로그램운영부문’에서 각 1위를 차지한 극장을 선택해,양산시에 맞는 방안을 찾기로 한다.

‘운영혁신부문’에서는 공단에서 재단으로 전환해 제2의 황금기를 맡은 ‘의정부예술의전당’을 통해 공단과 재단운영의 장단점을 따져본다. 내부적 운영과 연계돼야 하는 회원관리에서는 ‘김해문화의 전당’을 선정했다.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비롯해 제휴서비스 확대, 유료회원 특혜 서비스 등 각종 ‘참여마케팅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운영부문’에서는 국내 ‘안산문화예술의 전당’과 일본 ‘세타가야퍼블릭시어터’를 선정했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은 연극 특성화 극장을 지향해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일본 ‘세타가야퍼블릭시어터’는 지역과 연계한 각종 연극 프로그램으로 지역민을 공연전문가로 키워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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