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3천석 시민회관’의 설립목적을 보면, ‘부산, 울산, 경남의 3개 광역중심지로 권역을 묶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향설정이 문화를 보급, 확대 재생산하는 중심지가 아닌, ‘3개 권역을 묶는 대규모 문화시설’로 맞춰져 있다. 따라서 회관 운영주체도 양산시 직영에서 최근 거론되는 공단까지 ‘시설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특별취재팀
조원정 기자 / vega576@
이현희 기자 / newslee@
① 양산문화예술회관, 무엇이 문제인가
② 전문성 무장만이 살길이다 - 의정부예술의전당
③ 관객의 심(心)을 사로잡아라! - 김해문화의전당
③ 연극의 일상화 속으로 빠져보자 - 안산문화예술의전당
⑤ 지역민이 바로 공연전문가 - 일본 세타가야 공공극장
⑥ 예술회관, 양산의 새로운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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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준공해 경기북부지역의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시민에게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고자 노력해왔으나, 개관 6년 만에 공단운영의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효율적인 시설물 관리·보수의 개념이 강한 공단에서는 공공극장의 주된 역할인 ‘예술교육’을 제대로 시행할 수 없었던 것.
의정부시는 이런 지역 여론에 공감을 표하며 행정기관 위주의 문화정책에서 탈피,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화예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재단법인을 추진한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인 2007년 6월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을 출범시켰다.
부산광역시가 문화재단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준비단을 구성,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도 불투명한 설립절차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최고 책임자의 ‘문화마인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재단법인으로 제2의 출범
전국 우수운영사례로 선정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재단법인 출범 1년 만에 전국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서 운영혁신부문 1등을 차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역량을 보였다. 이는 의정부시가 신임관장으로 문화행정전문가를 기용, 다양한 문화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의정부시는 2007년 출범한 의정부예술의전당 신임 관장으로 문화관광부 공보관과 기획부장을 거쳐 공보처 홍보여론국장과 기획관리실장, 문화관광부 차관보와 문예진흥원 사무총장을 지낸 문화행정전문가 이진배 씨를 기용했다.
이 관장은 공단 운영 시 복잡했던 업무절차단계를 1처 5부제로 간소화시켜 새로운 의견이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시설 증·개축으로 지하 유휴공간에 8개의 교육실과 연습공간을 마련했고, 레스토랑 보수 및 카페테리아를 설치해 시민들이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올해 2월에는 경영활성화와 경영수익률 향상을 위해 전문예술법인지정을 받아 기부금품 공개모집과 상속증여세 면제혜택 등을 누리게 됐다.
자체 기획공연ㆍ전시만 427회
법인 후 문화예술교육 4배 늘려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추진한 프로그램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은 창의적인 기획과 아이디어로 시작한 4대 테마축제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천상병예술제,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GM대우-의정부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로 각자 색깔이 뚜렷한 축제를 통해 의정부예술의전당을 문화예술창작의 메카로 급부상시켰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역점을 둬 재단법인 이전 5~6개 교육프로그램을 20여개 가까이 늘렸다.
세계문명체험 문화예술 영재아카데미와 어린이 음악극 만들기, 주부 가무악 교실, 오페라 체험교실 등 의정부예술의전당 만의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며 공공극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노력 끝에 올해(9월말 현재)까지 자체적으로 기획한 공연·전시행사는 무려 96건으로 총 427회 공연돼 20만8천여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명품클래식 시리즈’와 ‘유럽정통 마리오네트 인형극’, ‘한일 문화교류 특별전’, ‘오페라 라보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이 외 대관 공연·전시행사는 73건, 112회로 5만명의 시민이 찾았다. 매년 25만명의 시민이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고 문화교육을 받기 위해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찾고 있다.
이렇듯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도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문화도시 의정부’를 만들어가는 든든한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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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차별화된 테마로 문화도시 발돋움
4대 테마축제, 의정부 문화의 꽃
지역색 담은 세계 문화로의 진출
색깔이 전혀 다른 축제가 의정부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연결돼 의정부시에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천상병예술제’,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GM대우-의정부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은 모두 재단법인 전에 시작된 축제지만, 재단법인 후 프로그램의 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특히 올해로 8회를 맞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8개국 70개 단체에서 참여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극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다. ‘음악극’이라는 장르의 특성화를 기반으로 2008 문화체육관광부 국고지원행사 평가 A등급을 받았으며,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실험적인 연출과 파격적인 무대와 오브제 활용 등으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해외 6개국 6개 작품이 공식 초청됐다. 특히 지난해 ‘헤멜로스’라는 작품으로 한국 공연예술계에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던 칠레 극단 떼아뜨로 시네마가 올해도 최신작 ‘신 상그레’를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여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외에도 서울시립 오페라단의 ‘라트라비아타’와 영국의 ‘비트윈’, 아이슬란드의 ‘보이첵’ 등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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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예술제
지역 문인을 잊지 않고 기리는 작업도 활발하다. 의정부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천상병 시인을 기리려고 시작한 ‘천상병예술제’는, 고단한 삶과 비통한 현실에도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시 정신을 보여준 천상병 시인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한 종합예술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는 시인의 추모 10주기 음악회로 시작해, 백일장과 시 낭송회, 책 읽어주기 등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천상특별전으로 시인 천상병과 중광스님, 소설가 이외수 세 사람의 시화, 문인화, 생활도자기 등 100여점을 전시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을 회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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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화통세상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열린 ‘제4회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문화를 경험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주민의 일상을 밀착 촬영한 사진 전시회와 다문화사회를 위한 가족 마당극, 장애인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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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
마지막으로 의정부를 한국 뮤지컬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GM대우-의정부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이 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전국대학뮤지컬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에서 9개의 작품이 응모했고, 그 중 창작뮤지컬이 4작품이나 돼 한국 뮤지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또 기업과 공공극장, 민간프로듀서가 협력하는 문화예술계의 삼위일체 역할 모델이 됐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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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의정부예술의전당 박병수 경영지원부장
“창의성이 회관 운영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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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민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23만 양산시민에 비해 몸집이 비대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43만 의정부 시민으로도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천76석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상징성보다는 내실을 더 다져야 한다고 박 부장은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시설관리공단을 처음 출발시킨 장본인인 박 부장은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설관리공단이 현 양산문화예술회관 운영을 기본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현했다.
“효율적인 시설물의 관리보수가 시설관리공단의 주목적이란 것은 관련 조례에도 나와 있다. 문화예술회관이 단순히 효율적 운영의 대상에 들어가면 다양한 문화정책을 펼칠 수 없게 된다”
이미 의정부예술의전당을 통해 공단운영이 공공극장과 맞지 않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에 양산은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공단운영체제는 시 직영 체제보다 경영성이 더 강조돼 상품성 높은 기획공연 유치 위주로 흘러가게 될 것이며, 문화행정을 펼치는 데 간섭이 더 많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박 부장은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단체제에서는 문화행정전문가를 기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지자체가 공무원들의 자리보전용으로 변질하고 있는 것이 그 예라는 것. 따라서 힘들지만 재단설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단과 재단 모두 시출연금이 들어가지만 운영목적은 전혀 다르다. 재단운영은 문화 프로그램 계발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주고 따라서 관객들의 높은 호응으로 화답된다. 양산이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한다면 재단설립 추진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