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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년대담Ⅲ] 양산성당 유영일 주임신부
“가난하게 사는 행복 찾읍시다”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265호 입력 2009/01/21 12:33 수정 2009.01.21 12:40

ⓒ 양산시민신문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해는 매일 뜨고 짐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살아갑니다”
양산성당 유영일 주임신부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우리에게는 오직 현재만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힘들었던 시간을 거울삼아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미래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때 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매일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면 ‘이러지 말 걸,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시간이지요. 후회에 사로잡혀있는 사람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어떻게 될거야’라고 희망하는 것은 좋지만 망상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지요. 현재가 착실해야 영글게 여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겁니다”


가난하게 사는 법 배워야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유 신부는 ‘가난하게 사는 즐거움’을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신부는 오늘날과 같은 힘든 경제상황은 자본주의와 합리주의의 예견된 결과물이었다며 “지난해 고유가 파동은 앞으로 다가올 석유 고갈의 표징이고, 경기불황은 대량생산과 소비 위주의 자본주의체제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다 ‘인격’까지 소비되는 이 상황을 제자리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모든 것을 인간이 자초한 것이니 후회한들 소용없다는 것이다. 합리주의는 자기중심적으로 흘려 결국은 약육강식을 불러오고 이는 환경오염과 생태계파괴, 자원고갈로 이어지게 돼, 먹이사슬 맨 위에 위치한 인간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서로가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싸우기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주며 가난하게 살아야만 오늘날과 같은 힘든 경제상황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너’가 있음으로 내가 있을 수 있고, 햇빛, 공기, 물, 흙, 바람이 있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는 기본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구의 모든 것은 유기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들 간에는 차이만 있을 뿐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다양성을 통해서 풍요로운 세계가 유지되는 것인데 신자유주의체제는 약육강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에 흙 묻히며 살아가는 자급자족의 방식을 깨우쳐야 한다고 유 신부는 강조했다.

지난 날 우리 선조들은 직접 삼베옷과 솜이불을 만들어 ‘의(衣)’를 해결했고,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식(食)’을 해결했다. 또 황토와 짚을 이용해 직접 집을 지어 ‘주(住)’를 해결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땀 흘려 일궈내는 자급자족의 생활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기 때문에 경쟁체제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유 신부는 “지금이라도 농촌중심의 생활로 돌아가 가내수공업을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만들어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며 “전 세계가 미국과 같은 생활을 누리려면 지구가 두 개있어도 모자란다. 끝없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양산시민신문


인간으로서의 자긍심 가져야

유 신부는 새해를 맞아 시민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십억년에 달하는 지구 역사상 수십억 종의 동식물 가운데서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축복이라는 설명이다. 덧붙여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얼마나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에히리 프롬이 ‘존재냐 소유냐’라고 물었듯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며 살 것인지 소유에 집착하며 살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존재의 자긍심을 가지고 소유를 버려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소유에 투자할수록 관계에 집중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소유에 투자를 하면 할수록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지기 위해,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신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래 없는 압축 성장을 하면서 가난하지만 상부상조하던 조상들의 아름다운 전통과 가치관을 잃어버렸다. 더 늦기 전에 손에 쥐는 것보다 놓아주는 연습으로 잃어버린 행복의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놓아주는 연습으로 가난하게 사는 법을 즐기는 생활. 지난해보다 더 암담한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올 해를 버텨나가는 지침서다.


대담_ 박성진 편집국장
정리_ 조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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