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문화

통도사 사명암 동원 스님
“부처님의 법 오롯이 모신 것이 불화”

조원정 기자 vega576@ysnews.co.kr 입력 2009/03/10 12:07 수정 2009.03.15 09:24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보유자 지정

故 혜각 스님 뒤이어 40년 째 불화 수행

깊고도 깊은 부처님의 법을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불화 수행. 묵묵히 자신을 비워내고 또 비워내며 부처님의 뜻을 전하는데 40년을 보낸 동원 스님(통도사 사명암 감원)이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9일 전 보유자였던 故 혜각 스님의 상좌스님인 동원 스님을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보유자로 지정했다. 동원 스님은 40년 간 단청과 불화 수행을 해 온 오랜 경험과 연륜으로 단청의 특성과 기능을 충실히 계승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예술성 등 모든 면에서 완숙한 경지에 올랐다는 평을 받았다.

국가에서 지정하는 중요무형문화재의 가치와 크기에 모두가 떠들썩하지만 정작 스님은 그저 ‘시간이 흘러 그리 됐을 뿐’이라며 흐트러짐조차 없다.
ⓒ 양산시민신문


불화수행은 곧 산사의 생활
국내 최대 불화 조성 막바지


어린아이 색동저고리마냥 어여쁜 색을 뽐내는 단청. 그와 같은 색으로 부처님의 법을 화려하면서도 장엄하게 조성하는 불화. 단청과 불화는 언뜻 관계 없어 보이지만 긴밀하게 통하고 있다.

스님의 40년간 불화 수행의 첫 시작은 행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6년 홀로 여행차 통도사를 찾았다가 그 길로 출가사문이 시작됐다. 행자 시절, 방에 걸린 관음도를 펜으로 따라 그리던 모습을 본 홍법 스님이 혜각 스님에게 소개하면서 은사와 제자의 인연을 맺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인 혜각 스님을 모시며 불화 수행을 하는 것은 동원 스님의 산사 생활이었다. 그저 혜각 스님을 모시며 성실히 부처님의 법을 정성을 다해 조성했더니 어느새 40여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그 시간 동안 통도사 경내는 물론 전국의 사찰 곳곳에 동원 스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3천명이 운집할 수 있는 규모의 통도사 설법전 단청은 화려함과 은은함의 조화를 자랑하는데, 혜각 스님과 동원 스님의 합작품이다. 이 밖에도 사명암의 모든 불전 단청과 불이문과 해탈문의 단청에 동원 스님의 손길이 닿아있다.

대형 불화로 유명한 캐나다 서광사의 불화를 비롯해 운문사, 동화사 등 전국 1백여 사찰에서도 단청불사를 했다. 꼬박 1년 동안 6명의 제자와 조성한 높이 8m, 폭5m 크기의 국내최대 후불탱화인 석가여래탱화는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인 조계사 대웅전에 모시며 점안식을 가졌다. 대웅전에 모시기 위한 나머지 불화인 약사여래, 아미타불 탱화 작업도 이제 막바지다.
↑↑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인 조계사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여래탱화 조성에 꼬박 1년이 걸렸다.
ⓒ 양산시민신문

부처님의 법 모신 것이 불화
한없이 죄송함과 부끄럼 느껴


‘불화란 부처님의 법을 오롯이 모시는 것’. 스님의 말씀이다. 불화란 곧 부처님의 경전인 것이다. 깊고도 깊고 넓고도 넓은 부처님의 진리를 한 폭에 담아 보는 이에게 심신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것이 불화 수행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미욱한 중생의 손으로 어찌 그 깊은 부처님의 법을 그대로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매번 부처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붓을 잡는 순간부터 불화가 법당에 걸릴 때까지 노심초사하며 조성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도 어렵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작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전하기 위해서 문수보살을 그리고, 자비를 전하기 위해서 관세음보살로 어머니의 마음을 모시는 것. 그저 조금의 부족함 없이 오롯이 부처님의 법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자신을 비우고 비워 오로지 부처님의 법을 중생들에게 전하는 일. 오늘도 불화수행을 하는 스님의 손길에는 정성이 가득 묻어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